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님 주일 강론
작성자이신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02 조회수552 추천수4 반대(0) 신고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 비교적 안전한 삶을 살던 독일인 본 회퍼 목사는 스스로 위험한 독일로 돌아갔다. 반나치히틀러암살모임에 가담한 것이 들어나 체포되었다. 혹독한 고문을 받고 엉터리재판을 받고 사형장으로 끌려가던 그는 "'내가 왜 사형선고를 받고 죽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부짓는 한 대학교수에게 "교수님의 죄는 교수님처럼 영향력이 큰 지식인이 이 불의한 독일 정치상황에 대해 한 마디의 말도 안하고 침묵을 지킨 것이 바로 큰 죄이기에 우리는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은 다른 이들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신중히 의견을 내야함을 일깨워주는 것이지 불의를 보고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늘 예수님은 "주님, 주님!" 한다고 다 하늘나라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심지어는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기적을 일으킨 이들 조차도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하고 선언하신다.

우리 교회는 세상을 어둠으로부터 지켜내는 빛이라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너무나 자주 어둠에 짓눌려 올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 가톨릭, 개신교 모두를 망라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의를 보고 정의를 외쳤었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지금 현재 겪는 그 고통이 바로 십자가이며 이 고통을 통해 하늘나라에 갈 것이라며 현재 다수 국민, 힘없는 약자의 희생이 마치 사랑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양 가르치며 권력자들의 무소불위의 힘을 찬양하고 용인하여왔다. 그것이 꼭 독일 치하의 교회만의 모습이었나? 아니다. 먼 일제치하 때의 교회의 모습이 그러하였고, 가깝게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때의 교회의 모습이 그러하였다.

세상은 언제나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듯 하다. 명동성당에 모인 민주화의 몸부림이 당시 가톨릭 교회 전체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면 착각이다. 명동은 상징적인 장소였을뿐이지 그곳에 자리잡았던 세상의 존경을 한껏 받던 교회 내의 어른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각 교구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못했던 소수의 성직자들의 거친 저항이 명동을 민주화성지로 만들었다. 같은 교구에서도 정치인 신부라고 외면당하던 이들이 세상에서 보여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교회는 마치 가톨릭교회 전체가 민주화에 큰 공헌을 한 것인양 호도하며 교리서에, 홍보지에 이용하였다. 노력은 하지 않고 소수로 머물렀던 동료들의 희생의 댓가를 단 열매로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래서는 안된다.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라고 예수님은 벌써 2천년째 외치고 계신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믿음을 갖고 실행하라고 2천년째 호소하고 계신다.
무엇이 두려워 천국을 아직도 죽어서나 가는, 지금의 그 어리석은 고통을 그저 바보같이 순한 양처럼 감수해야만 하늘나라에 간다고 가르치는가?
우리도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간절히 청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하느님 나라는 죽어서나 가는 그런 곳 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땅에 실현되어져야 하는 곳이다.

이제는 우리가 아는 것을 외칠때다. 외친 것을 실천할 때다. 어린 중고생이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때문에 거리에 나와 촛불을 밝혀야하는 세상, 젊은 부부가 어린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밤거리에 나와야하는 세상, 수 많은 사회의 약자들이 한 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안고 힘있는 자들에게 외치는 이들에게 다시금 자신들의 처지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장소가 있는 세상, 젓먹이부터 연세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이건 아니라고 외치는 지금,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분이 지금 이곳에 계시다면 어느 자리에 누구와 함께, 무엇을 이야기하시고 가슴아파하실지 고민하고 실천할 때이다.
자꾸 가슴이 아파온다. 눈물이 울컥 쏟아질려고 한다. 힘이 없는 내 자신이 한스럽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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