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수녀원 분원 공동체는 일반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종교단체에서 대문을 두드리며 전교하러 온다. 전날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다음날 같은 사람이 또 찾아온다. 그들은 주로 낮 시간에 오는데, 초인종 소리를 듣고 누구냐고 물으면 “…`교회에서 왔습니다.” 하거나 “…`절에서 왔습니다.” 한다.
그러면 나는 “우리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하고 말한다. 그래도 문을 좀 열어 달라고 하면서,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신앙이 있는 신자라고 해도 인정하려 들지 않고 끈질기게 조른다. 그러면 나도 더 말하기에 지쳐버려 초인종 인터폰을 끊어버린다. 그들은 꼭 두 명씩 짝을 지어 다닌다. 그래서 화면을 통해 현관 앞에 두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아예 대꾸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 성지순례를 하면서 젊은 개신교 신자를 만났다. 그 자매는 임신 중에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다고 했다. 혼자서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자매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개신교 신자든 천주교 신자든 모두 하느님을 믿기에 그분과 편하게 대화했다. 그 자매는 교회에서 ‘천주교는 이단’이라고 배웠는데 수녀님은 어떤 분을 믿느냐고 물었다. 역시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틀에 박힌 질문이라 놀랄 것은 없었지만 현대 젊은이마저도 이런 식인가 싶어서 당장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인내하면서 그의 말을 들어보고자 했다. 자매는 교회에서 그렇게 배웠다면서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천주교 신자인 동료에게`‘천주교는 이단이야.’라고 해서 동료를 울린 적이 있단다. 그 천주교 신자는 열성적인 개신교 신자 앞에서 대꾸할 방도가 없었는지, 아니면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랬는지 그냥 울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천주교 신자를 자기들의 교회에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꼭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 그 자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씁쓸해서 “개신교의 하나님과 천주교의 하느님이 다른 분인가 보군요?” 하고 말했다.
교회의 역사나 그리스도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자기들의 신앙이 전부인 양 떠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현대의 신자들이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우리가 제대로 교회 전통과 성경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진리를 잃어버린다.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제대로 알고 믿어야 하며 늘 ‘조심해야’ 한다. 열매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봉순 수녀(예수성심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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