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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27일 야곱의 우물- 마태 8, 1-4 묵상/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27 조회수540 추천수3 반대(0) 신고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예수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랐다.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그의 나병이 깨끗이 나았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마태 8,1-­4)
 
 
 
 
◆컴퓨터를 오랜 시간 사용하다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이상이 생긴 적이 있었다.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를 맞고 괜찮아져서 다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재발하여 주사를 맞고 깁스를 하고 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새끼손가락 하나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나 생각하니 한심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밤에도 손가락이 아파 잠을 설친 적이 많다 보니 점점 걱정이 되었다. 진통제를 먹으면 잠시 통증이 가라앉았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또다시 아팠다. 같은 의사를 계속 찾아가기가 미안해서 집 근처 개인 병원을 돌아가면서 약을 처방받았다.
 
발병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손가락이 낫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이 손가락은 수술할 수도 없고 완전히 낫지도 않을 겁니다.” 했다. 그 소리에 나는 겁이 나고 ‘정말 곤란한 병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큰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에서 MRI를 촬영하고 난 후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입원과 수술 날짜를 예약했다. 그런데 막상 입원을 하려고 병원에 들어섰다가 한참 망설인 끝에 입원 예약을 취소하고 돌아왔다. 당장 수술하는 것보다 다른 의사의 소견을 한 번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큰 병원을 찾아갔다. 여기서도 의사의 소견이 똑같다면 그때 가서 수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병원 의사는 수술을 해도 손가락은 완치될 수 없으니 그냥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병이기에 그런 식으로 처방을 내리는지, 그것은 환자의 고통을 전혀 덜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유를 물었다. 담당 의사는 “그러면 수녀님, 점을 쳐보시든지….” 하고 말했다.
 
수녀보고 점이라니, 의사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싶어 내 귀를 의심하며 ‘점’이라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그 순간 모욕감이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힘이 생겼다. 점을 쳐보라는 의사의 말을 확인하면서 나는 하느님께 매달려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약을 복용하거나 병원을 찾아가지 않고 손가락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열쇠는 하느님께서 쥐고 계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그냥 손을 좀 덜 사용하면서 지냈다. 그렇게 1년쯤 지났는데 손가락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다. 결국 나는 ‘주님께서 하고자 하시면….’이라고 할 정도의 믿음이 없어서 그토록 긴 시간을 불안해하면서 고생했던 것이다.
전봉순 수녀(예수성심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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