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신명난 확성기 비 많이 온다고
내 놓을 만한 직업이 되나요
누가 혹 물으면
농부라
논으로 갔다
밭으로 갔다
매미소리 베고 낮잠 자고
비 오는 날은 일어 나기도 싫어 붕어가 되어
섬진강 바닥을 헤매기도 하지
맑은 물 찾아 분주한데
고추밭 지나서
눈이 따겁기도 할테구
오염된 그리움이 떠 내려오면 묻을까 피하다가
여울 만나 바위 밑으로 숨겠지
물을 이고야 앞으로 갈 수 있겠어
살랑살랑 물살 하나가 되어
밀어내고 밀어내고 가만이 서 있는거지
지난 봄 그녀 광란으로
간신이 눈뜬 아기 붕어는 논 가까운 고랑으로 길을 내겠지
붕어 되어서 지치면
그만
물이 되어 바위안고 놀다가 바다로 길을 내지
물 마시는 나무 잎맥따라 끝으로 떨어져
땅으로 젖다
해 안겨 하늘 가지
정해진 길 따로 있겠어
생명이 부르면 따라 가는거야
어디를 가나 질적으로 원래 물 인걸
내가
아들이듯
천천이 돌아오는 아버지 집
비 오는 날은 먼 길 돌아서 온다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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