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은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 화양계곡으로 유명한 속리산 자락입니다. 1996년에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8년을 기다린 끝에 파견을 받았습니다. 지역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 ‘하늘지기 꿈터’에서 생활한 지 이제 4년이 다 되어갑니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그리 만만치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해 가는 복을 누리고 있으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의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러나 자주 제 생각이나 판단을 앞세우기도 합니다. 그 생각과 판단이란 것이 대의명분일 때도 있고, 예의나 옳고 그름에 대한 저의 가치 판단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아무리 옳고 의미 있는 것이라 해도 제 생각이나 판단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묻고 스스로 생각해 선택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느끼듯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많이 약해진 요즘 아이들한테는 차라리 “이 길이야!”라고 제시하고 이끄는 것이 더 쉽고 효율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묻고 생각하는 동안 기다리는 것. 그 긴 과정을 무력(?)하게 기다리는 것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시몬에게 말씀하십니다.
“시몬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예수님은 늘 제자들에게 직접 답을 주시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늘 이런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네가 낫기를 원하느냐?”,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예수님은 늘 제자들 스스로 생각하여 답을 찾게 하십니다. 참으로 훌륭한 스승의 모습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을 잠잠히 지켜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 안의 잠재된 힘을 믿으며 인내롭게 기다려 줄 때 아이들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할 일이란 저를 비워내는 일일 것입니다. 당무유용(當無有用)! 빔이 쓰임이 됩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남궁영미 수녀(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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