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자발적 가난과 겸손" - 8.18,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18 조회수630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8.18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에제24,15-24 마태19,16-22

            
                                      
 
"자발적 가난과 겸손"
 


아마 사람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
‘돈’과 ‘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 자리와 돈을 지키려는 보수적 성향을 경솔히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자리와 돈 없이는 사람에게 소홀히 취급 받을 뿐 아니라
아무 일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누구나 자리와 돈을 잃었을 때의 난감한 처지에 공감할 것입니다.
 
결국 공부도 돈 잘 벌기위한, 좋은 자리 잡기위한 것이요,
경쟁도 돈 잘 벌기위한, 좋은 자리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돈이 많아지고 자리가 높아지면 빛에 그림자 따르듯
어김없이 따라 붙는 게 허영이요 교만입니다.
 
진실과 겸손과는 점차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돈의 금력이, 자리의 권력이 사람을 변질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여 재산이 많아질수록 나눔으로 내려가는 자발적 가난이,
자리가 높아질수록 마음으로 내려가는 겸손이
사람됨을 잃지 않기 위한 필수적 처신임을 깨닫게 됩니다.
 
늘 깨어 살아야 하는 부자들이요 권력자들입니다.
언젠가 듣고 또 책에서 읽은
경주 양동 마을에 300년에 걸쳐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최 부잣집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최 부잣집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었다합니다.
 
‘첫째는 흉년에 땅을 사지 않는다.
둘째는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한다.
셋째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한다.
넷째는 주변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부자들이, 부자 교회들이 경청해야 할 일화입니다.
 
자발적 가난으로 내려와 더불어 나누며 살 줄 알았던,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최 부잣집 이었다 합니다.
 
자발적으로 내려와 가난하게 살 자는 재력의 부자들이요,
마음으로 내려와 겸손하게 살 자는 자리 높은 권력자들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자 청년의 내면을 꿰뚫어 보신 예수님은
그의 가장 민감한 부분 급소를 치십니다.
 
부자 청년, 돈과 자리는 하나 다치지 않고
액세서리 계명들 나무랄 데 없이 잘 지켜온
피상적 모범적 신자들의 전형입니다.
 
바로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우리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자극이 되는 평생 화두 같은 말씀입니다.

재산과 자리의 기득권을 다 버리고 무(無)가되어,
자발적 거지가 되어,
주님을 따르라는 말씀에 통과할 자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 당대의 제자들,
재산과 자리 다 버리고 자발적 거지가 되어 주님을 따랐습니다.
 
부자 청년의 다음 처신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주님과의 만남의 충격으로 변화의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비록 재산이 많아 슬퍼하며 돌아갔지만
후에 재산과 자리를 다 버리고 주님을 따랐을지도 모릅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너희 것이다.”(루가6,20)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5,2).

가난하고 겸손해야 하늘나라를 살 수 있다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교회나 수도원의 부패와 타락은
거의 재력의 부와 권력의 자리에서 비롯됨을 봅니다.
 
생존을 위해 재력과 권력을 필요로 하는 교회 현실에서
복음적 가난과 겸손의 이상을 살아야 하는 바로 이게
우리 교회의 영원한 딜레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속의 권력과 재력, 복음의 가난과 겸손의 경계선에서
늘 깨어 살아야 하는 교회의 사람들 같습니다.

권력의 자리와 금력의 돈을 버리고 무가 되어, 자발적 거지가 되어,
가난과 겸손으로 주님을 따랐던 제자들은
참으로 모두에게 활짝 열린 자유인들이었습니다.
 
주님을 따를 때 알게 모르게 따라오는 희생입니다.
 
1독서의 에제키엘 예언자,
예루살렘의 멸망의 표지로 하느님께서 그의 사랑하는 아내를 데려가십니다.

“사람의 아들아,
  나는 네 눈의 즐거움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너에게서 앗아 가겠다.
  너는 슬퍼하지도 울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마라.”

에제키엘 예언자, 아내를 잃은 아픔이 참으로 컸을 것입니다.
 
이 또한 예언자들의 운명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평생 자기 버림의 삶을 살았던 예언자들이요 제자들이었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제자리의 가난과 겸손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