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적을 매기고 등수를 정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능력에 따라 줄을 세우는 일이 참 많습니다. 최고만이 좋은 것처럼 모두 최고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마치 모두 일직선에 서서 서로 앞서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꿈터의 가은이는 매사에 호기심과 욕심이 많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하는 아이입니다. 한 자라도 틀리면 공책 한바닥을 다 지우고 다시 쓰는 가은이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완벽함이 나쁘다기보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사물을 제대로 보는 마음을 잃어버리기 쉽고, 단절된 세계 속에 갇혀 자유롭게 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은이를 위해 저는 가은이가 백 점을 받아올 때는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문제라도 틀렸을 때 칭찬해 주었습니다.
이런 저의 행동을 의아해하던 가은이가 물었습니다. “수녀님은 왜 백 점을 맞아오면 칭찬해 주지 않고, 한 문제라도 틀려올 때 칭찬해 주세요?”, “그건 가은이가 늘 백 점만 맞으면 칠십 점, 팔십 점 맞고 속상해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없을 테니까. 늘 일등만 하면 일등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친구들과 경쟁하는 마음이 생길 테고, 그러면 친구가 잘했을 때 그것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기 어려울 테니까`….”
어린 가은이에겐 너무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 이후 때때로 팔십 점을 맞고도 당당하게 받아쓰기 공책을 내밀며 칭찬해 주길 기다리는 가은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씩 자유로워졌습니다.
하느님께는 첫째도 꼴찌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구분조차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할 뿐입니다. 우리의 능력이나 행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우리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가는 것, 그것을 통해 조금 더 이웃과 세상에 열린 삶을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으실 뿐입니다. 이미 우리를 환히 아시는 그분 안에서는 앞선 사람도 뒤쳐진 사람도 없습니다. 세상의 잣대로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나뉠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이길 하느님이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남궁영미 수녀(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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