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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0일 야곱의 우물- 마태 20, 1-16 묵상/ 잣대는 사랑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8-20 조회수789 추천수5 반대(0) 신고
잣대는 사랑

(필자가 묵상한 구절을 중심으로 싣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 그것을 받아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마태 20,1-­16)
 
 
 
 
◆처음 삼송리에 내려와 시골 생활에 적응하며 사람들도 사귀고 농사일도 배우며 지낼 때입니다. 마침 오랜 지기가 넷째 아이 출산을 앞둔 때인데다가 곧 가을걷이를 해야 할 때여서 그 집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해도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농사일이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일인데 다른 사람이 하루에 끝낼 일을 3일 동안 잡고 있으니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더 부지런히 해보지만 워낙 손이 느리고 꼼꼼하게 일을 하다 보니 시원스레 속도가 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한 열흘 일을 했을 때 주인은 그동안의 품삯을 셈해 주셨습니다. 하루 일당 삼만 원을 고스란히 셈해 주셨는데 전 양심상 도저히 그 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농사일을 배운 수업료는 못 낼망정 제 노동의 합당한 품삯을 받고 싶어 하루 만오천 원이면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한사코 일당을 삼만 원씩 셈해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딴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돕고자 한 제 마음까지 셈하셨나 봅니다. 그때 전 오늘 복음 속 포도원 주인의 그 마음과 함께 하늘나라는 이런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포도원 주인은 아침 일찍 일하러 온 일꾼이나 다 늦은 시간에 일하러 온 일꾼에게 같은 품삯을 셈해 줍니다. 그러니 아침부터 일한 일꾼들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을 것입니다. 일이 거의 끝날 즈음에야 일자리를 얻은 일꾼도 같은 삯을 받았으니 세상 이치로는 불합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과 우리의 차이입니다. 하느님의 잣대와 세상 잣대의 차이입니다.
 
하느님은 일한 양이나 노동 시간만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 애를 태워가며 길거리에 서 있었을 그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려 품삯을 셈해 주십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루 종일 마음 졸이며 서 있었을 일꾼의 그 마음까지 헤아리는 계산법은 분명 우리의 계산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렇듯 모든 처지, 모든 입장의 사람들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잣대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남궁영미 수녀(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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