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공동체의 삶이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은 존경할 만한 동료나 선배들이 늘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닮은 분들, 곧 살아 숨 쉬고 있는 하느님의 표징을 보는 것은 자신을 작게 만들기는커녕 나의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사실 존경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영혼은 그 내면이 얼마나 빈곤하겠는가?
‘내적인 권위’를 지니고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분들을 관찰하노라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그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생명력’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말은 한마디로 듣는 이들의 ‘기’를 북돋아 준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말씀이 권위가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마귀의 영마저 몰아내는 그 힘이야말로 예수님의 말씀이 생명을 담은 것임을 입증해 준다.
창세기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은 하느님의 호흡, 그분의 날숨에서 비롯된 것이다. 들숨을 통해서 이 생명을 선사받은 영혼은 이제 날숨을 통해서 그것을 전달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인간의 말들이 날숨과 함께 나오는 것이라면 그것 역시 생명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권위’를 가지는 것은 이렇게 듣는 이에게 용기와 격려, 내적 생명을 선사할 때다.
우리 시대에도 이런 참된 권위를 발휘하는 말씀이 있다. 생명권을 지키려는 국민 편에 서서 침묵하지 않고 ‘발언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한 본보기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씀은 곧바로 단식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에 비해서 그저 체면과 직무를 유지하는 데만 골몰해 있거나 힘에 기대는 사람들의 말은 아무런 권위도 없다. 힘에 기대고 하는 말은 하나의 위협으로 사람들의 심리적 생명을 해칠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의 말을 돌아보게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일 테니까.
이종진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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