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까치밥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2 조회수438 추천수4 반대(0) 신고
 
 
 

까치밥 - 윤경재



외가 앞마당 감나무엔 서리를 기다리는 감이

입맛 다시는 손주들에게 시리게 떫은맛을 안겨주고

세월이 익기를 기다리게 하였다

 

흰 눈 내려 주전부리 궁금할 겨울 녘

앙상한 우듬지에 간당간당 추위를 이겨낸 까치밥이

맑은 하늘을 벗 삼아 발그스레 빛났다

 

목 빼고 올려다보는 아이들   

까치들은 왜 저 맛난 홍시를 따먹지 않을까?

그래도 위에서 보면 쪼인 상처가 있다는 말씀


감나무만큼 하늘로 가까이 간 어머니  

이파리 다 떨어진 나무보다 외로이

땅 아래 생각을 내려놓고서 

식물처럼 뿌리 내릴 수 있다며 마냥 누워 계신다

비비 꼬인 삭정이 사지 위에

쭈글거려도 아무 그늘 없는 얼굴은

어린 시절 올려다보던 한겨울 까치밥이다


같은 곳을 연거푸 찍어 먹지 않는다는 까치

덕분에 겨우 내내 얼다 녹다 하면서도

오랫동안 어린 마음을 다독여 주던 까치밥

 

그놈의 못된 성질이 새삼 고맙기도 하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