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에 오기 전 잠깐 직장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직장 동료들은 누군가 새 옷을 입고 오거나 머리 모양 하나, 표정만 달라져도 오늘 무슨 일(something)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저 작은 건수 하나라도 있으면 모든 것을 거기에 연결시켜 말하곤 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영화나 드라마의 주제는 변함없이 이성간의 사랑 얘기다. 수녀원에 와서 처음 본가에 휴가를 갔을 때 가족과 친척들이 하는 얘기는 거의 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수녀원에서 한동안 듣지 않던 것을 들으니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어 머리가 어떻게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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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온통 쇠고기, 촛불 이야기였다. 그러다 한 가지가 휩쓸고 가면 새로운 관심사가 뜨게 되고 그러면 사람들은 또 거기에 온통 정신이 팔린다. 사람이란 이렇게 지금 어디에 내 마음이 가 있는지에 따라 그것만을 말하게 되어 있다.
오늘 예수님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는다고 하시며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내 마음이 선한 곳간이 되기 위해 선하신 분 안에 머물러야 한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4-5 참조)
내 곳간이 선하신 하느님으로 가득 차 있다면 내 입에서는 언제나 하느님 얘기가 넘쳐 날 것이고 ‘나’라는 나무에서는 ‘하느님 사랑’이라는 선한 열매가 열릴 수밖에 없다.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루카 18,19) 그렇다면 내 곳간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가? 지금 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지금도 내 곳간 관리를 정신 차려 해야겠다.
방순자 수녀(성가소비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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