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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9일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19 조회수1,077 추천수12 반대(0) 신고
 

9월 19일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 루카 8장 1-3절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이>


   은혜롭게도 저희 공동체 수사님 가운데 순교성인을 직계 선조로 모신 형제가 있습니다.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의 5대손이지요. 성인께서는 최양업 신부님의 부친이기도 합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그 형제로부터 최경환 성인의 삶과 신앙에 대해 생생하게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보다 안정된 신앙생활을 위해 수리산 자락에 자리 잡았던 성인께서는 교우촌을 건설하십니다. 열렬한 신앙생활과 삶의 모범을 통해 성인께서는 마을 사람들의 영적 지도자로 살아가십니다.


   평소 순교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불타오르던 성인이었기에 언제든지 순교할 마음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영광스런 순교의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교우들에게도 자상하게 ‘순교 교육’을 시키며 ‘그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거룩하게 살아갔습니다.


   마침내 올 것이 왔습니다. 한밤중에 포졸들이 들이닥친 것입니다. 결박을 당하면서도, 심한 구타 가운데서도 성인께서는 태연한 모습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잘들 오셨습니다. 이 먼 곳까지 오시느라 얼마나 수고들이 많으셨습니까? 저희는 오래 전부터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선 조금 쉬십시오. 곧 식사를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요기하시는 동안 저희는 떠날 준비를 하겠습니다.”


   성인께서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한 다음,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다 함께 기쁜 얼굴로 순교의 길을 떠납시다’며 독려하셨습니다. 해 뜰 무렵 성인은 포졸들을 깨워 정성껏 준비한 아침식사를 대접했습니다. 남루한 옷을 입은 포졸들에게는 잘 다려진 새 옷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최경환 성인과 40여명이나 되는 마을 사람들은 마치 잔치 집에 가는 듯이, 단체 소풍이라도 가는 듯이 그렇게 순교의 길을 떠났습니다.


   관헌으로 끌려가는 동안 사람들은 무든 구경거리라도 난 듯이 신작로로 몰려 나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비 교도들’ ‘천주학쟁이’라고 욕하며 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징그러운 동물이라도 바라보듯이 우리 순교자들을 쳐다봤습니다.


   그러나 함께 기도를 바치며, 함께 성가를 부르며, 서로 격려하면서, 서로 위로하면서 그렇게 순교의 길을 떠난 우리 순교자들이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신앙입니다.


   순교자들의 무고한 죽음, 그 비참한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순교자들의 죽음은 어떤 면에서 예수 그리스도 죽음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추종입니다.


   그들이 참혹한 죽음 앞에서도 그리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눈앞에 뵙는 듯이 살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보지도 알지도 못하던 천국을 미리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 순교 성인들의 최후는 어찌 그리 우리 순교 성인들과 흡사한지 모릅니다. 그리도 당당하고 의연했습니다.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신앙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때가 되자 치프리아노 주교님은 당시 총독 갈레리우스 막시무스 앞으로 끌려옵니다. 총독은 치프리아노 주교님이 탁월한 지도자이자 자상한 영적 아버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갖은 감언이설로 회유를 시도합니다. 배교를 강요합니다.


   그러나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는 치프리아노 주교님 앞에 총독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다음과 같은 판결문이 낭독됩니다.


   “타시오 치프리아노를 참수형에 처하기로 결정하노라.”


   이 순간 치프리아노 주교님은 행복한 얼굴로 이렇게 외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둘러서있던 신자들의 무리는 이렇게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우리도 저분과 함께 참수형을 받고 싶습니다!”


   군중들은 크게 놀라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군중들이 순교의 길을 떠나는 치프리아노 주교님의 뒤를 따라 걸어갔습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는 길은 사형수의 길이 아니라 개선장군의 길과도 같았습니다.


   사형집행인이 도착하자 치프리아노 주교님은 옆에 선 형제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저 고마운 분에게 금화 스물다섯 냥을 주십시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86번 / 순교자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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