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Re:평화신문 "[기획/가족과함께떠나요]대전교구 성거산성지 "
작성자김시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26 조회수281 추천수1 반대(0) 신고
"[기획/가족과함께떠나요]대전교구 성거산성지 "

▲ 성거산성지 내 제1줄무덤에서 정지풍 신부가 분당 성 마태오본당 ''하늘의 문'' 쁘레시디움 단원들에게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성거산교우촌에서 끌려가 순교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성거산성지 로고

   때마침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멀리 산자락에는 비안개가 짙게 깔린다. 고려 태조가 친히 이름을 지었다는 ''성거산(聖居山)''은 영산다운 기운이 역력하다. 산 정상 못미처 ''성거산성지''에 접어들자 초가을 들꽃 구절초가 활짝 피어있다. 함초롬히 빗방울에 젖은 구절초가 하도 예뻐 유심히 들여다 보다 미사에 늦을 것 같아 급히 쉼터로 향했다.

 성지 미사에는 몇몇 순례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막 쉼터에 듣는 빗방울 소리가 매혹적이다. 깊은 침잠에 잠긴 순례자들과 미사를 주례하는 정지풍(성거산성지 전담) 신부, 대지를 적시는 가을비가 고요 속에서 순교자들의 노래를 들려주는 듯하다.

 성거산성지가 성지로 개발된 지는 불과 12년 남짓하다. 1995년께 천안 성황동(현 신부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정 신부가 순교자들의 후손들에게 치명자산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게 계기였다. 1959년 군부대가 산 정상에 주둔하면서 도로확장공사로 이장돼 방치돼온 순교자들의 줄무덤이 하나하나 정비됐고, 드디어 1998년 7월 22일 대전교구 성지로 공식 승인되기에 이르른다. 봄, 가을에는 들꽃과 단풍으로, 여름, 겨울에는 울창한 숲과 환상의 설경으로 장관을 이뤄 순례자들을 맞는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는'' 성거산

 "옛 님의 추억 같은/아슴한 꽃비가 내려/순교의 진한 향기/침잠으로 묻혀낼 때/하얗게/불을 지피는 저 간절한 눈빛이여"(시조시인 김인자 작 ''찔레꽃'')

 충남 천안시 입장면 호당리 2번지. 해발 579m 고지에 자리한 성거산 성지는 ''야생화''로 지천이다. 국내 1400여 종에 이르는 관상용 들꽃 가운데 250여 종이 군락을 이뤄 사계를 돌아가며 피고 진다. 누가 돌보지 않아도 활짝 피어나 제 향기를 전하는 야생화처럼 가신 임들의 넋은 소리 없이 순교의 얼을 꽃피운다. 그래서 야생화는 성거산성지 상징이 돼 버렸다.

 성거산성지는 총 18만8430㎡에 이른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이주기에 형성된 성거산 자락 소학골 교우촌 곁에 자리하고 있다. 제1줄무덤을 시작으로 십자가의 길 15처→실내 전례공간 겸 쉼터(5처 부근)→성모광장 및 야외 제대(12처 부근)→제2줄무덤→순교자의 길로 이어지는 순례 길이 전부다.

 성거산 순교자 묘소에는 1줄무덤에 38기, 2줄무덤에 36기 등 74기 묘역이 조성돼 있다. 1줄무덤에는 1866년 10월(음력) 병인박해 당시 공주 감영에서 순교한 소학골교우촌 출신 순교자 배문호(베드로, 당시 24살), 고의진(요셉, 당시 24~25살), 최천여(베드로, 당시 55살), 최종여(라자로, 당시 42살), 며느리 채씨 등 5위의 이름이 밝혀져 있을 뿐 다른 순교자들의 신원은 확인할 수 없다. 2줄무덤 역시 무명 순교자들이다.

 이 줄무덤을 이어주는 십자가의 길 15처와 순교자의 길은 ''기도 순례지''로서 성거산성지의 위상을 잘 드러낸다. 숲 속에 보일 듯 말 듯 자리한 십자가의 길 15처에서 야생화와 함께 기도에 몰두하노라면 140여 년 전 순교자들의 순교신심이 살아날 듯 생생하다. 야외 제대를 중심으로 성모상과 순교자현양탑이 세워져 있는 성모광장에서 자연을 관조하며 자연 속에 하나가 되는 느낌은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 충만한 기쁨이다. 이어 대형 사기 호롱에 새겨진 103위 성인과 성지에 묻힌 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하며 기도를 바치는 순교자의 길 2.1㎞도 일품이다. 40여 분 가량 기도를 바치다보면 기도의 묘미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침묵 속에 가려져있는 순교자들의 묘소는 야생화처럼 다시 피어나 순례자들을 반기며 그날 피흘림의 의미를 전해주려한다.
▲ 성거산성지의 들꽃, 배초향

▲ 산국

▲ 쑥부쟁이

▲ 용담

▲ 물봉숭아

▲ 마타리

 
 #박해시대 꽃으로 핀 성거산 교우촌

 성거산이 교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된 건 1801년 신유박해를 전후한 시기다. 당시 형성된 소학골 교우촌을 시작으로 1830년대에는 서들골(혹은 서덜골) 교우촌이 만들어져 선교사와 신자들의 피난처이자 은신처가 됐다.

 특히 성거산성지와 이웃한 소학골 교우촌은 1864~66년 10월 칼레 신부의 사목 중심지가 됐던 교회사적지이며, 서들골 교우촌은 1827년 최양업 신부의 큰아버지 최영렬이 고향 청양 다락골을 떠나 서울 낙동을 거쳐 이주했던 교회사의 현장이다. 또 1839년 기해박해 직후엔 최양업 신부의 둘째 동생인 최선정(안드레아)이 서들골에서 일시 성장하기도 했다. 이들 교우촌을 중심으로 병인박해 이후 군소 교우촌이 계속 생겨나 7개 교우촌으로 통폐합됐다가 1920년대에 들어 사라진다.

 1845년 한국인 사제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조선에 입국한 이후 성거산 교우촌은 사제들의 순방지가 됐고 박해시기에는 내포교회 공동체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1851년부터 1861년 10월까지 성거산 교우촌을 사목 순방한 사제로는 최양업 신부를 비롯해 다블뤼 신부(훗날 제5대 조선대목구장)와 페롱ㆍ 스타니슬라오ㆍ 프티니콜라 신부 등이 있다. 1861~66년에는 조안노ㆍ 페롱ㆍ 칼레 신부 등이 사목방문을 하거나 사목을 했다.

 이처럼 천혜 은신처가 됐던 성거산 신앙공동체가 발각된 것은 1866년 10월(음력)이다. 이즈음 소학골과 서들골, 주위 교우촌이 조선 관헌들에게 들켜 성거산 교우촌에 살던 신자들이 23명이나 잡혀 순교하기에 이른다. 소학골에서 9명, 서들골에서 4명, 복구정 교우촌에서 2명, 베장골에서 2명, 장자동에서 4명, 공심리에서 1명, 목천에서 1명 등이다.

 이들은 서울 좌포도청(11명)과 공주감영(6명), 청주(2명), 죽산(3명), 미상 지역(1명)에서 순교했다. 이들 중 공주감영에서 순교한 배문호 등 5위 만이 1줄무덤에 묻혀있으나 묘소 위치는 알 수가 없다. 이들 순교자 외에도 순교자들의 유해를 성거산성지에 이장한 이들의 증언과 순교자 후손들의 구전에 따르면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이 성거산에 묻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성거산성지내 성모광장에는 야외제대와 함께 순교자현양탑, 성모상 등이 세워져 있어 성지를 들르는 신자들에게 영혼의 쉼터가 되고 있다.

 #''천혜의 기도처'' 성거산성지

 묘역이라고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거의 평장(平葬)이 되다시피 했던 순교자들의 묘소는 이제 깨끗하게 단장돼 있다. 1줄무덤과 2줄무덤을 연결하는 길을 내고, 흡사 정글과도 같던 습지를 정비하고, 물을 찾아내고, 전력을 끌어들이고, 제대와 성모상, 순교자현양비 등을 설치하는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이제 성거산성지는 국내 어느 성지에 못지 않은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 미사를 봉헌하고, 십자가의 길ㆍ순교자의 길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이 이어진다. 한겨울 폭설 때는 성거산 중턱 성지 사제관ㆍ사무실로 철수하지만, 폭설 속 눈꽃 순례기도가 이어지기도 한다. 또 산등성이를 따라 성거산→구수머리고개→엽돈재→청주교구 배티성지까지 총연장 21㎞에 이르는 도보성지순례 코스도 개발돼 7시간 30분이면 순례도 가능하다.

 성거산성지는 매해 4월이면 야생화 전시 축제를, 9월이면 순교자의 밤 행사를 갖는다. 특히 오는 10월 21일 오후 1시 30분에는 성지 성모광장에서 ''소학골 님들과의 향연''이라는 제목으로 국악 연주회를 연다. 이번 국악공연에는 가야금병창과 살풀이춤, 판소리, 민요, 심청전 단막극 공연이 예정돼 있어 시선을 끈다.

 최근 성지측은 더 나은 순례환경을 조성하려 천안시 북면 납안리 산 52의1 소학골 교우촌 터 4만1322㎡를 샀으며 추가로 16만5289㎡을 확보하려한다. 옛 교우촌을 재건하는 한편 성지동굴성당과 피정의 집, 박물관 등을 건립하기 위해서다.

 9월 5일 단원들과 함께 우중 기도에 참여한 수원교구 분당 성 마태오본당 ''하늘의 문'' 쁘레시디움 박영임(데레사, 48) 단장은 "지난해 8월에 본당 구역장 및 반장님들과 함께 왔었는데 순교자의 길이 너무 좋아서 또 다시 왔다"며 "성거산성지는 개인적으로 나약해지는 나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택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전대식 기자 jfaco@



#맛집멋집
▲  참살이(웰빙) 식단으로 기존 보리밥과 함께 새로 새싹비빔밥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원규 프란치스코씨 부부와 종업원들이 주방에서 정성들여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소문난 갈비
 성거산성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맛집이 경부고속도로 천안 나들목에서 성지로 가는 길목 성거읍 요방리 155의 10 망향의 동산 옆에 자리한 ''소문난 갈비''다. 이 맛집을 운영하는 김원규(프란치스코, 44)ㆍ신오순(클라라, 42)씨 부부가 성지 후원은 물론이고 대전교구 입장본당 레지오 단원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돼지갈비를 주로 내놓는 갈비집이지만, 5년 전부터는 오히려 보조 메뉴였던 보리밥과 새싹비빔밥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들 부부는 특히 충북 진천에서 친환경 쌀과 보리쌀을 조달, 갖은 정성을 곁들인다.
 보리밥은 특히 무, 호박, 고비 나물 등 여덟가지 나물에 비벼 먹는 맛이 그만이다. 거기에 상추나 곰취, 김에 싸 먹는 맛도 일품. 부드러운 전라도 토속된장까지 맛보면 다들 반한다. 브로콜리나 무순, 배추싹 등 새싹 또한 강원도 평창에서 이틀에 한차례씩 조달해 신선도를 유지하며 새싹비빔밥으로 선보인다. 문의 : 041-554-4539 오세택 기자

#성거산성지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천안 나들목에서 성지 가는 길=천안 나들목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단국대병원을 지나 직진→성거를 지나→입장 3거리에서 상장 교차로 방향 15m지점 성거산성지 대형 입간판(여기까지 9㎞)에서 우회전→산 정상까지 8㎞ 가량 진행하면 주차장이 나타나고 성지 도착(소요거리는 17.2㎞)

 ▲경부고속도로 안성 나들목에서 성지 가는 길=안성 나들목 통과 후 좌회전→평택대→4거리에서 성환/천안 방면으로 좌회전→검문소→남서울대 입구에서 진천/입장 방면으로 좌회전→입장성당→입장4거리에서 직진 500m→1㎞ 통과 뒤 좌측 안내판 중앙에서 성거산성지 확인→산으로 오르막길 8㎞ 진행→성지 도착(소요거리 28㎞)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