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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복음 맛 들이기 - 연중 제 25 주간 토요일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9-26 조회수503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제 25 주간 토요일 - 믿고 싶은 것만 믿어서야~

 

 

                                                                            < 루카 9, 43-45 >

 

 

저는 황당한 꿈을 꾸면서도 그것이 꿈임을 좀처럼 눈치 채지 못합니다.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는 다시 군대 들어가는 꿈을 자주 꾸었습니다. 법이 바뀌어 다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다시 이등병을 달고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악몽 중의 악몽입니다. 그러나 매번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속으로는 불평을 하면서도 법이 그렇다니 할 수 없이 군 생활을 다시 하곤 했습니다. 한 번도 그것이 꿈임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신기했습니다.

  사제가 되어서는 이런 꿈도 꾸었습니다.

한 번은 예쁜 여자와 신혼살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상을 차려 주는데 은근히 바라던 그런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짜증을 내는 것입니다. ‘살면서 이런 건 참아야지.’라고 하면서도 한 편으론 ‘저런 여자랑 평생을 어떻게 같이 사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잠을 깼습니다.

사제관이었습니다. 저는 일어나자마자 결혼을 안 하고 사제가 되게 하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고는 ‘사제가 되었으면서도 이런 꿈을 꾸는데 꿈임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 아직은 완전한 사제가 안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침엔 정말 끔찍한 꿈을 꾸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가 있는데 이번엔 프랑스로 다시 유학을 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말도 새로 배우고 해서 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좋은 자리가 났으니 다시 유학 갔다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교회에 순명해야 하지만 저는 이것만은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쉽게 믿어버리는 저의 성격도 이번만은 이것이 현실일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제가 다시 유학 가서 공부하기가 싫기에 이 꿈을 믿으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어나 앉아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공부는 정말 싫어하는 모양이구나!’

또 ‘다 믿던 것도 믿기 싫으니 안 믿어지는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많은 고난을 받고 돌아가실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믿으려하지도 않고 물어보려 하지도 않습니다. 아마 베드로처럼 ‘사탄아, 물러가라.’고 꾸지람을 들을 것을 두려워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만약 제자들이 이 말씀을 믿고 준비하였다면 예수님께서 잡히시는 순간에 도망치거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승이 고난을 당하고 또 그 스승을 따르던 자신들까지 피해를 당하는 그런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믿기를 거부한 것이고 물어보지도 않은 것입니다.

  어떤 자매님이 큰 결심으로 저에게 당신이 미워하는 몇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에게 어떤 말을 기대하였는지는 몰라도 저는 용서를 하지 않으면 우리 죄도 용서를 받지 못하고 게다가 미워하면 나만 괴로운데 왜 용서를 하지 않느냐고 차근차근 설명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제 마음만 더 복잡하게 만드시고 있어요.”

사실 이 자매님은 처음부터 용서할 마음이 없으셨던 것입니다. 마음이 없다면 믿음도 없고 실천은 더구나 불가능합니다.

  고해성사 보면서 어떤 형제님은 ‘전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단 말은 믿지 않아요.’라고 하였습니다. 가난은 불행한 삶이라 단정 짓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못 믿는 것이 아닙니다. 믿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안 믿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도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주님의 말씀을 우리 뜻대로 선별해서 믿고 있지는 않은지 묵상해보아야겠습니다.

 

 

                     ☆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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