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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일 목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1 조회수804 추천수10 반대(0) 신고
 

 10월 2일 목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 마태오 18,1-5.10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어른에서 다시 어린이로>


    코스모스와 억새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 강변으로 하루 피정을 다녀왔습니다. 하루 온종일 인적이 드믄 뚝방길을 따라 ‘제대로’ 한번 걸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먼발치에서 바라볼 때는 그저 한 폭 아름다운 수채화 같았는데, 내려서 걸어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커다란 꿩이 날아간 수풀을 뒤져보니 부화중인 알들이 쌓여있었습니다. 강가에서는 난데없는 인기척에 놀란 물고기들이 ‘첨범 첨벙’ 도망가느라 바빴습니다.


    재미있게 생긴 사마귀들이 커다란 앞발을 과시하며 느릿느릿 바닥에 걸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땅으로 내려서니, 자세를 낮추니, 고개를 숙이니, 전혀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간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내가 누군데!” “내 이런 사람이야!”하고 외치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기 십상입니다.


    한 선거유세중인 한 정치인을 만났는데, 명함을 건네더군요. 명함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습니다. 명함 앞쪽에는 근엄한 표정의 얼굴까지 박혀있었습니다. 명함 뒤쪽을 넘겨보고선 더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전 무슨 무슨 회장 역임, 전 무슨 무슨 대표 역임, 무슨 무슨 대상 수상... 이건 명함이 아니라 이력서였습니다.


    명함을 받아든 모든 사람들, 다들 돌아서서 한바탕 신나게 웃었습니다.


    나를 낮추면, 나를 내려놓으면, 나를 내세우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 것 같지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칭송합니다. 오히려 높이 들어 올립니다. 더 편안하게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예수님의 대답은 전혀 뜻밖의 대답이었습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어린이’는 어떤 존재를 의미할까요?


    철 없고, 개념 없고, 주변머리 없고, 버릇없고, 세상 물정 모르고, 상황판단능력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이고...


    이런 의미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순수하고, 단순하고, 개방적이고, 활기차고, 늘 기쁘고, 언제나 밝고, 늘 자신을 낮추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결국 ‘어린이’처럼 된다는 말은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를 닦고 또 닦에 높은 정상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람직한 일생은 어떤 것일까요?


    하나의 순환주기를 거치는 삶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누구나 다 어린이 시절을 거칩니다. 그리고는 성장하면서 어른이 되지요.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어른에 머물지 않고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야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복음에 따른 삶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93번 / 보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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