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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1일 야곱의 우물- 루카 12, 35-38 묵상/ 첫 마음으로 깨어있어라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21 조회수620 추천수4 반대(0) 신고
첫 마음으로 깨어있어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루카 12,35-­38)
 
 
 
 
◆주인이 돌아오면 문을 열어주는 것은 종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루카복음 17장 7­-10절에는 그 시대의 종의 처지가 분명하게 나와 있다. 주인은 밭에서 일하고 돌아온 종에게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고 지시한다. 이어서 그 종이 분부받은 대로 해도 주인은 그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주인은 다르다.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에게 문을 열어주기 위해 깨어 있었다는 것만으로 주인은 종을 식탁에 앉히고 그의 시중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누구나 주인한테 시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그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주인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밤중’과 ‘새벽’은 깨어 있기 힘든 시간이다. 졸음이 몰려와 방심하는 시간이다.
 
수도회 입회 후 지원기와 청원기를 지나 수련기에 들어가면 정식 수도복을 입는다. 착복식 날 선배 수녀님들의 축하 카드 속에는 ‘수련기는 은총의 시간’이라는 말이 후렴구처럼 쓰여 있다. 과연 수련소는 깨어 있음을 배우는 학교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안에서 배려하는 것을 배운다. 때로는 말귀에 어둡고 사리분별이 안 되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순간순간의 사건과 상황 안에서 깨어 있었는지를 성찰하며 지낸다.
 
수련기를 마치고 첫서원을 하고, 종신서원을 하면 수도 생활의 연륜으로 이러한 배려에 더욱 깨어있을 것 같지만 이 복음을 묵상하며 되돌아보는 나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깨어있음의 결과는 분명 ‘배려’인데 배려의 옷을 입은 ‘강요’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의 수련장 수녀님이 옆에 계셨다면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셨을 것이다.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 나는 그 시절 무엇을 배웠던가?
김인옥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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