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전 요셉 신부님의 복음묵상 맛들이기 - 연중 제 29 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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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현아 | 작성일2008-10-25 | 조회수565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 29 주간 토요일 - 기다림이 끝날 때
일반 대학 다닐 때 짝사랑 하던 자매가 있었습니다. 용기가 없어 말도 못하고 마음만 조리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자매를 좋아하는 것을 알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자매가 누구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기다리며 좋은 기회를 노렸습니다. 군대에 갈 때 그 자매는 슬퍼서 많이 울었다며 아침에 기차 탈 때 편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전 그것이 저를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군대 가서 편지를 기다렸지만 편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몇 달이 지난 뒤에 친구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그 자매가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마음이 아팠지만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사우나를 한 번 하며 안에 있던 땀과 모든 마음을 다 빼 내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 자매는 그 때 사귀던 사람과 결혼했고 그 다음에 만나도 그 이전의 감정은 좀처럼 솟아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자매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제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에게 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림도 희망이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레아 사람들이 갑자기 죽은 사건에 관하여 그들이 특별히 죄가 더 많아서가 아니라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죽은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불러 가실 때는 사람이 더 이상 좋아질 가능성이 없을 때라는 뜻입니다.
포도밭에 무화과나무를 하나 심었는데 삼년씩이나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인은 땅만 썩히지 말고 그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포도 재배인은 자신이 한 해만 더 노력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 땐 베어버리자고 합니다. 그리고는 일 년 동안 잘 관리를 합니다. 만약 열매를 맺었다면 그 나무는 계속 열매를 맺도록 살려두었을 것이고 열매를 맺지 않았다면 베어졌을 것입니다.
저는 이 비유를 읽으면서 가리옷 유다를 생각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가장 회개하기를 기다린 제자가 바로 그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도 해도 안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 땐 예수님께서 포기하십니다. 최후의 만찬 때 “네가 해야 될 것을 어서 하여라.”하시며 그가 죄를 짓는 것을 내버려두신 이유는 바로 그 때가 예수님께서 손을 떼고 포기한 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 이유는 우리가 발전하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회개한다는 뜻은 조금씩 발전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앞으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면 하느님도 더 이상 그 사람을 살게 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하루하루의 의미에 맞게 조금씩 발전하며 열매를 맺고 있습니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의도만 있어도 하느님은 그 가능성을 보고 내일을 또 주실 것입니다. 그 분의 인내심과 자비에 보답하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갑시다.
- 로마에서 공부하시는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묵상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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