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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스로 자초한 굴욕과 곤란-판관기83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3 조회수525 추천수5 반대(0) 신고

스스로 자초한 굴욕과 곤란-판관기83

  <생명의 말씀>
그러는데 한 노인이 저녁이 되어 밭일을 마치고 돌아 오고 있었다. 그는 에브라임 산악지대 출신으로 기브아에 몸붙여 사는 사람이었다. 그 곳 주민은 베냐민 사람들이었다. 노인은 성읍 광장에 웬 나그네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 사람이오?"  그가 대답하였다. "우리는 유다 베들레헴에서 에브라임의 두메 산골로 가는 길입니다. 나는 유다 베들레헴으로 갔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 가는 참인데 아무도 자기 집에 맞아 들이는 사람이 없군요. 우리에겐 나귀가 먹을 겨와 여물이 있습니다. 나와 같이 가는 이 마누라와 종이 먹을 양식도 넉넉하게 있습니다."  노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소. 무엇이든지 아쉬운 것이 있으면 내가 돌봐 드리리다. 이런 장터에서야 밤을 지낼 수 없지 않소?" 그리하여 노인은 그를 자기 집으로 맞아 들이고는 곧 나귀에게 여물을 주고 나그네 일행에게는 발 씻을 물과 음식을 대접하였다.  (판관기 19:16-21)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기브아에 도착한 레위인 사제와 그의 첩과 종 세 사람을 맞아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는데 에브라임 산악지대 출신으로 기브아에 몸붙여 살던 노인이 처음으로 이 세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그랬더니 레위인 사제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나는 어디 사람이고 어디에 갔다가 어디로 가는 길이며 우리 나귀가 먹을 여물도 가지고 있고 나와 내 마누라와 내 종이 먹을 양식도 풍부합니다. 그러니까 하룻밤 제발 재워주십시오"

 묻지도 않은 정보까지 쉴새 없이 다 쏟아놓았던 이유는 이곳 베냐민 사람들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 줄 사람인 이 노인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첩과 종을 옆에 두고 하룻밤 잘 곳을 구걸해야만 하는 사제에게서 겸손함보다는 비굴함이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로 살면서 첩을 얻었고 또 그 첩이 화나는 일로 인해서 친정으로 도망갔고 그래서 첩을 되찾으려고 에브라임 산악지대에서 베들레헴까지 가서 수일을 먹고 마시다가 그것도 날이 저물어서 길을 떠났다가 기브아에서 큰 곤경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레위인 사제의 원칙 없는 삶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스스로 자초한 곤란 때문에 굽신거려야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감당해야만 하는 진정한 굴욕이고 회개하고 삶을 바로 잡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레위인 사제의 이후 이야기를 보면 이 때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회개 대신에 레위인 사제는 자기 마음에 사제인 자신을 대접하지 않는 기브아에 살고 있는 베냐민 지파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에브라임 출신의 노인에게라도 빌붙어서 하룻밤을 묵어 가야만 한다는 비굴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고 바른 길을 알면서도 그리로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태도 때문에 내가 자초한 곤란과 굴욕이 발생했다면 그 때는 자기 삶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자초한 곤란과 귤욕의 순간에 회개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주변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쌓아 놓게 되면 피해의식과 자기 의로움(self-righteousness)에 빠져서는 더 엉뚱한 일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살다보면 누구나 스스로 자초한 굴욕과 곤란의 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 삶의 다음 방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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