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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59)가고나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04 조회수661 추천수3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leejeano)                    작성일         2004-02-07 오후 5:15:26

 
 
 

(59) 가고나면

                이순의

                  


 ㅡ감사ㅡ

잠깐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백설기가 몽땅 놓여있다.

 

옆집 둘째아기의 백일이 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많았다.

 

새댁한테 가서 떡을 우리 집에만 다 가져오면 어떻게 하냐고 여쭈었다.

 

새댁은 줄 것이 늘 없어서 한 김에 좀 넉넉히 해서 드리고 싶었으니 냉동실에 넣어서 두고 먹으란다.

 

새댁은 집에 기한이 되어서 이사를 가야 하는 가 본데 이웃인 나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언니 같은 이웃을 서울에서 사는 동안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언니네 이사를 가면 자기도 그 때 가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지 마라고 극구 말렸지만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올해는 언니 옆에서 김치 담그는 법도 좀 배우고 반찬 하는 법도 좀 배우는 해로 정했다는 것이다.

 

아기 둘을 키우다 보니 이 한 겨울에 생각이 참으로 많았다고 한다.

 

아이들하고 씨름하느라고 외출이 번거로워서 언니가 아니면 이 한겨울 동안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외로웠을 것이라고 한다.

 

큰아이를 키우면서도 언니가 저희 집에 들려 무심코 한 번씩 서툰 육아법도 알려 주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들 치다꺼리 하느라고 글씨하고는 담을 쌓게 되는데 매일 들고 오시는 묵상 글을 읽으면서 그 또한 감사하다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독심을 먹고 주변정리를 해버린 탓에 새댁이 아니면 특별한 벗이 없다.

 

새댁 집에는 조무래기 아기들이 아침마다 쑥쑥 자라있다.

 

내 아들을 제외한 두 번째 독자로 새댁이 묵상 글을 읽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수용의 태도를 보여주는 맛도 큰 용기가 된다.

 

아기를 먼저 키워본 경험도 내가 잘난 척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문제로 고민을 하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니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러나 인생사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니 주님께서 또 마음을 다스리실 거라고 말해 주었다.

 

새댁이 그리스도인은 아니지만 나로 인해서 교회의 전례를 알고 주님을 부정해도 주님의 자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세상의 누가 뭐라고 해도 가톨릭이 베드로로 부터 이어져온 그리스도 교회의 첫째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새댁이 드릴게 없다는 감사의 표시로 백설기를 몽땅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나는 사람의 인생 중에서 가장 예쁜 시기를 백일을 맞은 날로 본다.

 

새댁의 둘째 아기가 성화속의 나팔 부는 천사 아기들처럼 예쁘다.

 

아마 화가들도 가장 예쁜 인간의 모습을 백일을 맞은 아기쯤으로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도 새댁이 이사를 가면 또 새로 이사 온 사람과 신뢰를 쌓는데 1년이 넘게 소비될 것이다.

 

공연히 백설기를 보면서 내 마음이 짠하다.

 

가고나면 나는 누구랑 말하며 살지?

 

"## 엄마야,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야! 너 가고나면 백설기 쪄 먹을 때마다 눈물 나것다야. 언니 울으라고 이렇게 많이 줬냐?"

 

주님! 새댁네가 행복한 가정 꾸리게 해 주시고, 특별한 교리 안 해도 될 만큼 충분히 전교 해 두었으니 마음만 열게 하셔서 주님을 믿는 선택을 받게 하소서. 나머지는 주님의 뜻입니다. 그리고 저렇게 착한 이웃을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ㅡ아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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