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저에게 많은 은총을 주셨지만 그중에서도 저에게 환자들을 돌보는 사랑의 은총을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면서 오늘 묵상을 합니다.
“재물을 올바르게 이용하여라.” 하느님은 저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기 위해 간호 수녀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도직으로 가정방문을 시작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힘들었고 때로는 가정방문을 가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의욕만 넘쳐 환자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 대하다 보니 환자가 저를 힘들어 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해도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상대방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환자들과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아보면서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기 위해 환자와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원하는 것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하늘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기까지 저는 많은 상처를 받았으며 때로는 엎어지고 넘어지고 올바르게 서 있을 수가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환자 방문을 간다거나 다녀와서 함께 나눔을 할 때도 저는 다만 도구인 것을 잊어버리고 제가 갔기 때문에 환자가 편안해지고 통증조절도 잘 되었다는 의기양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고등학생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평소에 제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날은 제가 더 크게 말했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답을 요구했습니다. 다음에는 오지 말라는 학생의 말을 듣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하느님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런 실수를 통해 치시고 다시 일으켜 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재능을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위해서 쓰게 하시고 저를 더욱 작아지게 하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셨습니다.
김은배 수녀(마리아의 작은자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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