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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30 조회수1,073 추천수16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8년 11월 30일 대림 제1주일 나해
 
 
Be watchful! Be alert!
You do not know when the time will come.
(Mk.13.33)
 
 
제1독서 이사야 63,16ㄹ-17.19ㄷ; 64,2ㄴ-7
제2독서 1코린 1,3-9
복음 마르 13,33-37
 
지난 목요일에는 KBS 방송국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전철을 타고서 여의도역에 내렸는데 마침 지하철 공사 중이었어요. 그리고 친절하게도 KBS 방송국은 4번 출구로 나가라는 안내문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4번 출구로 나온 순간, ‘여기가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라디오 출연 때문에 3년 동안 다녔던 길이었는데 불구하고 너무나도 낯선 거리였습니다. 오랫동안 오지 않아서 길이 바뀌었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안내문에 4번 출구로 나가라고 했으니까 그 말만 믿고서 쭉 앞으로 갔습니다. 잠시 뒤 방송국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건물 역시 너무나 낯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 서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는 KBS 방송국 별관이었습니다. 제가 가야할 곳은 KBS 방송국 본관이었거든요. 결국 저는 제가 처음에 나왔던 지하철로 다시 되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자판대에서 물건을 파시는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으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주머니, KBS 방송국 가려면 어디로 가야지요?”

“요 앞이야.”

“아주머니, 요 앞이 어딘데요?”

“여의도 공원 앞.”

“그럼 여의도 공원은 어디 있는데요?”

“요 앞.”

솔직히 화가 좀 났습니다. 이 아주머니는 저와 조금도 시선을 맞추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거든요. 만약 눈으로라도 요 앞을 가리켰으면 요 앞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지도 않고 요 앞이라고 하니 어딘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이 길을 물어본다면 어떠할까요? 아마 밖으로 나와서 그 사람이 조금의 실수도 하지 않도록 친절히 가르쳐주겠지요. 그런데 자신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또 전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도 들지 않고 말한 것이 아닐까요?

결국 다른 분에게 물어봐서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방송국에 갈 수 있었지만, 이 아주머니와의 대화를 생각하면서 제 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때로는 이렇게 불친절한 모습을 간직했었거든요.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등으로 사람들에게 불친절함을 보여준 적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미래에 관한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현재에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는 말씀입니다. 바로 주님께 시종일관 최선을 다해서 충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주님의 뜻을 충실히 지키는데 언제나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내 기분에 좌우될 때가 참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기분 좋을 때에만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죽기까지 전 생애를 통해 주님의 뜻인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오늘 대림 제1주일을 맞이해서 교회력으로는 새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새해인 오늘 다시금 최선을 다해 주님의 뜻대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보면 어떨까요? 그래야 올 한 해를 보다 더 보람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날마다 새로워지지 않으면 날마다 퇴보한다. 전진도 후퇴도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주자)





마음의 향기(조정육, ‘깊은 위로’ 중에서)
 
10여 년 전, 비행기 안에서였다고 한다. 스튜어디스인 그녀는 2등석을 담당했다. 그런데 그날은 일반석이 만원이어서 2등석에 일반석 손님을 받았다. 일반석 표를 산 법정 스님이 2등석에 앉게 됐고, 그녀의 시야에도 들어오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 김포로 오는 아홉 시간 동안 법정 스님은 생선은 물론 샐러드조차 입에 대지 않으셨다고 한다. 걱정이 된 그녀가 주스와 빵을 갖다 드리자 그것은 조금 드셨다. 그런 스님을 보면서 그녀는 글 속에서보다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단다. 그분은 정갈하게 사는 것이 생활화된 듯 보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였다. 한국에 도착한 그녀는 법련사에 들렀다. 법련사 서점에서 책을 볼 심산이었는데 그곳에서 법정 스님을 만난 것이다. 그녀를 알아본 스님이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걸망 안에서 컵을 꺼내셨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가 스님께 주스를 대접했던 일회용 종이컵이었다. 법정 스님은 끈적거리는 종이컵을 씻어서 다시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 뒤 어떤 것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다 들고 다니게 된 일회용 플라스틱 주스 컵을 보노라니 스님의 가르침이 내게 전해지는 것 같다.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끼는 마음.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그 향기로 내 인생도 달라질 것이다. 견고한 플라스틱 컵이 찬장 속에 있는 한 지상의 한쪽은 조금 더 깨끗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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