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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1 조회수1,079 추천수16 반대(0) 신고
 

12월 1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 마태오 8,5-8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기적 같은 일, 천부당만부당한 일>


   인간사회에서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예절이 있습니다.


   보통 스승이 제자를 찾아가기에 앞서, 제자가 먼저 스승을 찾아뵙고 인사를 올립니다. 장관이 실무자를 먼저 찾아가기보다는 실무자가 결재 판을 들고 장관을 찾아갑니다. 명절 때 부모가 자녀들 집을 먼저 찾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녀들이 먼저 부모님을 찾아가 인사를 올립니다.


   그런데 성체성사는 그런 보편적인 인간의 틀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성체성사는 어떤 성사입니까?


   크신 하느님, 만물의 창조주, 세상만사의 주관자이신 하느님, 왕 중의 왕이신 예수님을 부족한 죄인인 우리가 먼저 찾아가 뵈어야 당연한 일인데, 황공스럽게도 그분께서 먼저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은총의 성사입니다.


   너무나 송구스런 일이기에, 천부당만부당한 일이기에, 정녕 기적 같은 일이기에 성체를 영하기 전에 우리는 이렇게 외칩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사실 우리가 송구스러운 나머지 미사 때 마다 외치는 위 성체성사 전례문은 백인대장이 오래 전 외쳤던 말이었습니다.


   백인대장의 신앙은 무척이나 올바르고 깊은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전지전능하신 메시아라는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왕 중의 왕임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자비 충만한 치유의 하느님이란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이방인이었지만, 사도들 못지않은 신앙, 유다인 저리가라 할 정도의 제대로 된 신앙을 지니고 있었던 백인대장이었기에 겸손하게도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이런 백인대장의 열렬한 신앙, 깊은 신앙 앞에 예수님께서도 감탄하십니다.


   지금까지 예수님을 찾아온 병자들은 치유나 기적을 이루어지기 위해 예수님께서 현장에 계셔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병자들의 몸에 손을 대어야만 치유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그렇게 기를 쓰고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것입니다.


   그러나 백인대장은 그들의 신앙을 뛰어넘습니다. 예수님은 시공을 초월하시는 하느님, 굳이 오시지 않아도 말씀 한마디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신 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신뢰, 예수님을 향한 신앙심이 그 누구보다도 투철했습니다. 이런 백인대장 앞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외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우리에게서 희망을 거두지 않으시는


   인내의 주님,


   너무나도 부족한 믿음을 지닌 우리들입니다.


   청하면서도 의심하고,


   구하면서도 의혹에 찬 시선을 거두지 않는


   불쌍한 우리를 용서하여주십시오.


   부디 청하오니


   오늘 우리에게 믿음을 더해주십시오.


   백인대장의 그 견고한 성채 같은 믿음은 아닐지라도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오늘 우리에게 내려주십시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93번 / 임하소서 임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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