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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3일 야곱의 우물- 마르 16, 15-20 묵상/ 나를 드러내지 않고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3 조회수562 추천수4 반대(0) 신고
나를 드러내지 않고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마르 16,15-­20)
 
 
 
 
◆요즘엔 세상이 편해져서 직접 무거운 물건을 들고 먼 곳에 가지 않아도 택배 아저씨를 부르면 다 해주십니다. 절차도 어렵지 않습니다. 택배회사에 전화해 물건과 받을 사람의 주소와 전화번호만 가르쳐 주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잘 받았다는 전화가 오고 받은 물건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물건이 잘 전달됐는지 그 물건이 마음에 드는지 등등. 택배회사나 택배회사 직원에 대한 대화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물건만 잘 받으면 되지 택배회사가 어디고, 직원이 어떤 말투를 쓰고, 어떻게 생겼는지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물건을 받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그 물건에 결함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신부로 살면서 이것저것 원하는 것이 생깁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으면 사목을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가진 것이 부족해서 못한다고 투덜거립니다. 자금이 부족해서, 시설이 열악해서,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라고 단정 짓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저도 역시 택배직원일 뿐입니다. 받는 사람은 저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주님의 은총만 잘 전달받으면 그뿐입니다. 더 잘 준비할 필요도 없고, 많은 것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받는 입장에서는 불편해할지도 모릅니다.
 
선교라는 말을 하면 저도 신자들도 많은 부담을 가집니다. 무엇인가 계획을 잘 짜고 준비 해야 하는 듯이 말합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준비합니다. 그리고 성과가 잘 나지 않으면 이런저런 이유를 말하고 다음엔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런 모습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단지 주님의 은총과 사랑만을 전하면 되는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아야 하는데, 주님이 아니라 나를 내세우다 보니 오히려 선교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나를 드러내지 않고 나를 앞세우지 않고 주님을 전한다면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준비되지 않은 것 같지만 가장 큰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용진 신부(서울대교구 연희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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