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름다운 손 -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4 조회수785 추천수7 반대(0) 신고
 

     아름다운 손       

                                  

                              

오늘복음에 예수님께서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반석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일까요?


주일 미사와 의무 대축일에 빠지지 않는 것일까요?

교무금과 헌금을 충실하게 내는 것일까요?

교회가 정한 미사에 빠지지 않는 것과 교무금과 주일헌금을 내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신자로서 지녀야할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요, 반석위에 집을 짓는 모습일까요?

‘아름다운 손’이란 예화가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녀 앙리에뜨...

그녀에게는 나이 어린 동생이 셋이나 있었고...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으려고 어린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된 생활을 해 왔답니다.


잘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로가 겹쳐 그녀는 결국 병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몸이 워낙 쇠약해진 상태에서 걸린 병이라 소생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죽음이 가까워져 마지막 성사를 해 주기 위해 신부님께서 그녀의 병상을 찾자, “신부님! 저는 성사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동생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그 동안 주일을 지키지 않았으며 기도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느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죄인입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신부님의 눈길이 문득 그녀의 손에 멈추었답니다. 그 손은 도저히 어린 소녀의 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답니다. 과도한 일로 인해 손마디는 울퉁불퉁 불거져 있었고 손 여기저기에 찢긴 상처들이 나 있었답니다.


신부님께선 소녀의 두 손을 감싸 쥐고서 눈물을 흘리시면서 말씀하셨답니다.


“걱정하지 마라 앙리에뜨야! 하느님께서 너에게,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시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이 두 손을 하느님 앞에 내어 보이거라, 이 아름다운 손만을...” ㅡ김윤덕의 뒤주 속의 성자들 중에서-


그렇습니다.

먼 훗날 하느님 앞에 섰을 때, 하느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생각해 봅니다. 그 때, 하느님께서 ‘너는 왜, 주일 미사에 자주 빠졌니? 왜, 레지오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고, 그렇게 많은 잘못을 했니?’ 라고 물으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했니? 네가 만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간 나를 얼마나 사랑했니?’ 라고 물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은, 반석위에 집을 짓는 사람은 기본적이고 의무적인 것에 뿌듯해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닙니다.

비록, 외적인 계명에 좀 소홀히 한다 하더라도, 내적인 계명, 의무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일미사와 교무금을 내는 것이 외적인 계명이라고 하면, 내적인 계명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을 본받으려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남을 도와주라는 말씀을... 남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요, 반석위에 집을 짓는 모습입니다.


예화의 소녀는 주일미사 참례와 교무금을 내라는 외적인 계명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쉬는 교우나 행불자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내적인 계명에 충실했습니다.

그렇게 충실했기에, ‘나는 주님을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어요.’ 라고 흐느끼는 소녀에게, 신부님께서는 ‘예수님이 너에게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했니?” 라고 물으시거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너의 손만 보여 주거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분명, 내적인 계명과 외적인 계명 모두 중요합니다.

또한, 우리가 외적인 계명과 내적인 계명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며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내적인 계명은 개개인의 양심법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모습이... 우리 마음이 어떠하신지 잘 아시는 분입니다.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모든 것을 다 아시는 하느님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부끄러운 삶이 아니라, 흐뭇해하실... 만족 하실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외적, 내적인 계명 준수를 떠나, 하느님 보시기에 흐뭇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모습이요,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반석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의 행동일 것입니다. 아멘.


                               ▒  이찬홍 야고보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