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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5일 대림 제1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05 조회수1,771 추천수18 반대(0) 신고
 

 12월 5일 대림 제1주간 금요일 - 마태오 9,27-31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눈뜬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눈먼 사람 보다 더 가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신적, 영적, 신앙적으로 눈먼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외관상으로는 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를 봐야 되는데, 한 부분만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데, 자신의 편협되고 왜곡된 관점을 끝까지 버리지 않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서 쳐다봐야 하는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바로 또 다른 형태의 눈 먼 사람의 모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한 인간 안에는 영과 육이 공존해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꿈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천사와 악마가 서로 대결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미움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우주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3년 이상 지켜봐야 한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물론 인간이라면 누구나 약점이 있습니다. 성격적 결함이 있습니다. 모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는 그만이 지닌 강점, 경쟁력, 긍정적 측면도 반드시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가 지닌 수많은 좋은 것들을 간과합니다. 반대쪽의 것에만 혈안이 되어 초점을 맞춥니다. ‘그’의 일부분만 바라보고 있지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이 먼 상태입니다.


   세상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크나큰 시련의 파도가 다가오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련의 표면만 바라봅니다. 시련의 실체를 보지 못합니다. ‘왜 하필, 지금 내게 이런 일이!’하면서 고개를 흔듭니다. 이 역시 눈먼 상태입니다.


   고통이 다가올 때 마다 이렇게 마음먹는 사람을 봤습니다. 영혼의 눈을 활짝 뜬 사람의 고백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열심히 기도할 때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더 한층 성장할 때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더 열렬히 사랑할 때입니다.”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눈을 감고 지내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나 자신의 내면이 긷든 악을 솔직히 들여다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주 눈을 감아버립니다. 이웃들 안의 존재하는 어두움과 강함을 들여다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눈을 감아버립니다. 내 약함과 형제의 부족함을 견뎌내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눈을 감아버립니다.


   오늘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힘차게 눈을 뜨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무서운 장면 앞에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런 아이를 엄마가 품에 안고 어루만져주면 아이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눈을 뜨게 됩니다. 어머니의 위로와 격려에 힘입어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움으로 인해, 나약함으로 인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사랑 많으신 하느님의 품에 푹 안길 때만이 우리는 다시금 눈을 뜰 수가 있습니다.


   눈을 뜬다는 것은 더 이상 지난 상처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나를 홀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형제를 단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웃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눈뜬다는 것은 내 부족함과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사랑에 힘입어 다시금 새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91번 / 구세주 빨리 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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