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글을 읽기 전에 길에서 돈을 구걸하는 분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마 가끔 그런 분을 목격하셨을 겁니다. 어떤 분들은 길에 앉아서 모자 하나 놓고 구걸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분들은 찾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구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분들에 대한 의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사람들이 과연 진짜 어려운 사람들인지, 아니면 장애가 있거나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지만 거짓말은 아닌지…. 그런 의심 때문에 그분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꽤 많이 보았습니다.
실제로 가끔 뉴스에서 앵벌이라든가 교통비가 없다고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돈을 받아내는 사람들을 봅니다. 심할 때는 장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구걸이 끝나면 멀쩡한 사람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불쌍한 마음에 돈을 주고 싶다가도 찜찜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의심에 사로잡혀 불편해하기 보다는 빨리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의심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확실한 기관에서 발행하는 인증서, 아님 걸인자격증? 사실 한번 의심이 들면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보여줘도 그 의심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이 세상에서 정말 확신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아무도 믿지 못하고 세상을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그 의심이 결국 큰 괴로움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만일 “내가 너희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다고 믿느냐?”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예, 믿습니다, 주님.”이라고 응답할 수 있다면 오늘 두 소경이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처럼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고 모든 사람 안에 있는 주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주님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께 청하지 않고 우리의 눈만 믿고 산다면 우리는 평생 주님을 찾지만 주님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소경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용진 신부(서울대교구 연희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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