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큰 걸 받기 위해 제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큰 양말을 벽에 걸어 두고 잤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형은 엄마 스타킹을 걸어놓은 것입니다. 저는 그런 형의 똑똑함에 감탄했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욕심만큼 커다란 양말을 준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그 양말을 치워버리고 빨간 모자를 준비하면 어떨까요? 매년 산타를 기다리던 당신이 올해는 직접 산타가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아무리 꽉 차도 당신의 욕심을 채울 수 없었던 양말보다 산타 모자가 당신을 더 행복하게 해줄지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린 아들이 부엌으로 와서 엄마에게 자기가 쓴 글을 내밀었다. 아내는 앞치마에 손을 닦은 다음에 그것을 읽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잔디 깎은 값 5달러, 이번 주에 내 방 청소한 값 1달러, 가게에 엄마 심부름 다녀온 값 50센트, 엄마가 시장 간 사이에 동생 봐준 값 25센트, 쓰레기 내다 버린 값 1달러, 숙제를 잘한 값 5달러, 마당을 청소하고 빗자루질을 한 값 2달러, 전부 합쳐서 14달러 75센트.’
아내는 기대에 차서 바라보는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아내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지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아내는 연필을 가져와 아들이 쓴 종이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너를 내 뱃속에 열 달 동안 데리고 다닌 값 무료, 네가 아플 때 밤을 새워가며 간호하고 널 위해 기도한 값 무료, 너 때문에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힘들어 하고 눈물 흘린 값 전부 무료, 이 모든 것 말고도 너에 대한 내 사랑은 무료,
너 때문에 불안으로 지샌 수많은 밤과 너에 대해 끝없이 염려한 시간도 모두 무료, 장난감·음식·옷과 심지어 네 코를 풀어준 것까지도 전부 무료, 이 모든 것 말고도 너에 대한 내 진정한 사랑은 무료.’ 아들은 엄마가 쓴 글을 다 읽고 나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그러더니 아들은 연필을 들어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 “전부 다 지불되었음!”
그대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받은 것이라면 왜 받지 않은 것인 양 자랑합니까?(1코린 4,7)
최용진 신부(서울대교구 연희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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