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경 본문 읽기의 문제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1 조회수653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경 본문 읽기의 문제 - 윤경재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마태 11,12)

 

 신약성경 그리스어 본문을 해석하다가 보면 어떻게 해석해야 좋은지 막히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구절은 특히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새로 번역된 새성경은 그 해석 중에 가장 많이 지지받은 해석을 실었습니다. 

이 구절의 해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째가 “하늘나라는 폭행당하고 있는데 힘깨나 쓰는 자들이 그것을 빼앗으려 한다.” 즉 정치권력이나 종교 세력이 하늘나라를 잠가놓고서 그곳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막을뿐더러 자기들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둘째는 “하늘나라는 힘을 떨치고 있다. 힘쓰는 사람이 그것을 차지했다.” 즉 힘쓰는 사람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도록 강요하고 힘 있는 자들이 전리품처럼 획득했다는 말입니다. 그들만의 하늘나라를 강요했다는 뜻입니다.

 셋째는 “하늘나라는 줄기차게 다가오고 있다. 애쓰는 사람이 차지한다.” 즉 세례자 요한 때부터 하늘나라에 대한 소식이 더 힘쓰며 내려오는데 거기에 힘차게 응답하는 자라야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어찌 보면 세 가지 해석이 서로 상반된 뉘앙스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그리스어 본문에 아무 수식어가 없이 힘쓴다는 동사(biazetai) 하나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구절의 병행문인 루카복음서 16,16에서 똑같은 형태의 동사가 나오는데 거기서는 “하늘나라에 들어가려 애쓴다.”라고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biazetai 동사가 신약성경에서 이 두 군데만 나와서 더 혼란을 가져옵니다. 

 굳이 이렇게 다양한 해석을 설명하는 이유는 “성경에 이렇게 쓰였다.”라고 주장하는 근본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논리에 빠지지 말자는 뜻에서입니다.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을 오직 성경으로써 해석하자는 루터의 명령에 따라 성경에 있는 문장을 어떤 규정을 통해 해석하려 듭니다. 그러나 성경도 엄연히 문학적 제재를 갖춘 것입니다. 문학 작품이 지닌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성경과 더불어 성전 즉 교부들의 가르침도 따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지금의 성경은 교부들이 모여서 어느 것이 정경인지 결정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본문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서 교부들의 교도권에 따라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근본주의자들의 고착된 주장이 오히려 성경본문 해석에 갈등을 일으켜 각종 종파를 양산했다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 프로테스탄트 종파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하느님만이 아신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입니다. 심지어 목사 한 명에 한 교회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런 식의 성경 공부는 방해가 될 뿐입니다. 

 가톨릭교회가 성경 읽기를 ‘렉치오 디비나’라는 묵상방법을 통해 읽기를 권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본문을 자세히 읽고 그 본문이 지닌 생명력을 느끼며 현재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현재화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과거의 유산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목소리로 우리 안에서 말씀하시도록 경청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묵상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공동체가 모여 묵상 나누기할 때 더 큰 목소리가 다가올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