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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원무 베다신부님 [사목체험기] 내 사랑 '야콘'
작성자김미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2 조회수818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목체험기] 내 사랑 '야콘'
     
    
    농사를 짓는 데에 있어 농기계 사용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엇 하나 갖고 있지 않은 우리 농장은 처음부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빌려서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삯을 주고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성당에서 하는 것이니 일을 하고도 돈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해 
    아는 사람이 있어도 소개를 해주지 못한 것 같다.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트랙터. 몇몇 교우들은 중고라도 하나 구입하자고 하였지만, 
    그것도 최소한 몇 백 만원을 하니 선뜻 구입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미련은 계속있어 길을 가다가 트랙터를 만나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고 
    내 눈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한다.
    
    야콘(Yacon)을 처음 심는 날은 마침
    ‘어린이 날’이어서 고구마를 심을 때보다 더 많은 교우들이 나왔다. 
    처음 보는 모종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500여 평의 밭에 열심히 심어나갔다. 말이야 첫해라 시험 삼아 심는 것이라고 하지만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그해 가을수확은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그나마 고구마라도 수확을 했으니 다행이지 야콘만 심었더라면 
    아마 한해 농사를 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교우들의 눈에도 실망의 빛이 역력했지만, 
    누구보다도 내 마음이 편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들 하셨는지 별다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야콘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에 너무나 좋은 작물이고 특히 현대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야콘 농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이 
    경북 울진에 있는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이었다. 
    귀농한 지 8년차 되는 프란치스코씨 부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 야콘농장은 운영이 거의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4, 5시간이나 걸리는 그곳을 마치 제집 드나들듯 다니면서 배우고 도움을 받은 덕분에 
    농사가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아예 우리가 모종을 내기로 하였다. 
    농사도 모르는 신부가 더 큰 사고를 칠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인지, 
    곁에서 늘 도와주고 있는 분들이 다른 곳에서 철거한 비닐하우스 파이프를 거저 얻어오다시피 하여 
    그것을 다시 기계로 일일이 펴고 다시 구부려 근사한 하우스 한 동을 가지게 되었다.
    
    모종을 내기 위해 하우스를 열고 닫느라 
    본당에서 왕복으로 20Km나 되는 농장을 하루에 네 번씩이나 다녀야 했지만, 
    그래도 힘이 드는 줄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 둘씩 올라오는 새싹을 보면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본당 교우들 중에서도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정작 이분들은 집안 일에 매여 성당 농장에 나오기가 어려웠고, 
    밭에 나온 신부나 교우들이나 모르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함께 땀을 흘려주는 이들이 있어 우리 농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여 갔다.
    
    밭 4000평과 논 3000평에서, 
    겨울에는 퇴비로 밭의 상태를 만들고 봄에는 모종을 내서 키워 밭에 심고, 
    여름에는 끊임없이 풀을 뽑고, 가을에는 수확을 하고, 
    다시 겨울로 접어들며 가공과 판매를 해야 하는 이 엄청난 일들을 
    교우들이 말없이 기쁘게 받아들여준 덕분에 우리 본당의 모습도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어갈 수 있었다.
    
    - 이원무 신부 (대전교구 논산대교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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