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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2 조회수791 추천수14 반대(0) 신고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 마태오 17,10-13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못 말려 수녀님>


    덤프트럭 운전기사였던 남편의 부주의로 풍비박산이 난 한 가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가난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지나친 욕심이 불행의 발단이었습니다. 하루를 쉬었어야 했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부친상을 당한 동료기사를 대신해서 심야운전을 감행한 것입니다. 피로의 누적은 졸음운전과 중앙선 침범으로 이어졌고, 9시 뉴스에서 자주 듣는 표현인 "마주 오는 승용차와의 정면충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모든 책임을 지고 "담장 안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평소에도 병약했던 아내는 몸져눕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아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그 동네에는 딱한 사람 보면 밤잠을 못 이루는 "해결사 수녀님"께서 한 분 사목하고 계셨습니다. 수녀님은 즉시 3단계에 걸친 조치를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셨습니다. 지금 생각만 해도 참으로 집요하고 끔찍한 수녀님이셨습니다.


   제 1단계로 수녀님은 근처 종합병원을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사람 사무실로 돌격해 들어가셔서, 그 자리에서 "오늘 즉시 입원"이라는 담판을 지으셨습니다.


   제 2단계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당장 아이들 받아들일 자리가 없다고, 보육사들 의견도 좀 들어봐야 한다."고 사정을 설명해도 막무가내셨습니다. 기어이 아이들을 제게 떨 구어 놓고 휑하니 달아나 버리셨습니다.


   일단 큰불을 끄고 한숨을 돌리신 수녀님은 제 3단계로 사람들을 이끌고 남편이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로 향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의와 낙담으로 거의 폐인이 되어가고 있는 남편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솔직히 수녀님의 지나친 밀어붙이기 식의 언행에 기분이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수녀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이웃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안타까워하며,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려고 하시던 그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진정 수녀님은 사고로 인해 암흑의 한 가운데 놓여있던 그 가정에 "한줄기 빛"이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루치아란 이름은 "빛"이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루치아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박해시대 모든 이교인들을 환히 비추던 "빛"으로 살아갔습니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루치아는 일찍이 하느님께 동정서원을 하였으나, 이를 눈치챈 부모로부터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됩니다. 아버지의 명으로 이교도인 로마 군대 사령관과 강제로 약혼을 하였으나 루치아 스스로 약혼을 파기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주님을 위한 십자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약혼자는 루치아를 로마 당국에 고발합니다. 총독은 루치아가 발한 동정 서원을 파기시키기 위해 갖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루치아는 참수형으로 최후를 맞이합니다.


   자신의 결혼을 위해 준비했던 재산 전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던 루치아, 이교도들의 갖은 협박과 잔인무도한 행동 앞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고 꿋꿋이 기도로써 극복해나간 루치아, 언제나 어떤 상황 앞에서도 기쁘게 예수님만을 위해 살며, 열렬히 예수님만을 증거 했던 루치아는 진정 자신의 이름처럼 세상의 빛이었습니다.


 "의인의 삶은 외롭고 고뇌가 따르겠지만 언젠가 샛별처럼 빛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56번 / 한 말씀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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