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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다’와 ‘아니다’의 차이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4 조회수568 추천수3 반대(0) 신고
 
 
‘나다’와 ‘아니다’의 차이 - 윤경재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요한 1, 6-28)
 
 
 요한복음서를 대하면 매우 깊이 생각하고 작성한 연극 대본을 읽는 느낌이 듭니다. 문장이 대화체로 이루어졌으며 등장인물간의 대화가 날카롭게 전개됩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통해 독자는 저자를 만나게 됩니다. 설명보다는 등장인물이 대화하는 자세와 내용에서 저자의 의도를 발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앞뒤 문맥에서 연극 대본이 지닌 기승전결의 플롯을 치밀하게 구성한 숨은 의도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요한복음서는 뛰어난 통일성을 갖추었다고 하겠습니다.
 
 요한복음 저자는 18장 1-11절 ‘동산에서 잡히시는 예수님’을 그리며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독자가 인식하도록 하였습니다. 그것도 구구히 설명하는 형식이 아니라 평범한 대화 속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썼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나다.”라고 하신 대답이 바로 요한복음서의 비밀을 푸는 열쇠입니다.
 
우리는 1장 19-21에서 세례자 요한이 “아니다.”라고 세 번 고백한 것과 18장에서 예수님께서 세 번 “나다.”라고 말씀하신 것, 그리고 18장 15-27절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장면에서 세 번씩이나 제자가 “아니다.”라고 부정한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요한복음저자가 세 등장인물이 고백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교묘하게 짜 맞추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독자가 어떤 숨은 의도를 찾아내길 바라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통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극작가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3이라는 숫자는 강조를 뜻하며 참이라는 것을 상징합니다.
 
“나다”와 “아니다”라는 뉘앙스를 좀 더 실감나게 받아들이려면 그리스어 본문을 직접 읽는 것이 좋습니다. “나다”는 “Ego eimi” “아니다”는 “Ego ouk eimi”또는 “ouk eimi”입니다.
 
 탈출기 3,14절에서 주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묻는 모세에게 대답하실 때 주님(YHWH)이시라 알려주십니다. 이 대목을 70인역(셉투아진타)에서 그리스어로 “Ego eimi ho on”이라 번역했습니다. 즉 “Ego eimi”는 주님이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요한복음서 전체에 걸쳐 예수님의 입술로 이 “Ego eimi ~”를 천명하는 구절이 수십 번 나옵니다. 요한복음 저자가 예수님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 드러나는 점입니다. 그리고 복음서 중에 요한복음서에서만 예수님께 직접 하느님이시라 쓴 표현이 두 번 나옵니다.(1,18. 20,28.)
 
 요한저자는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복음서를 기록한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시라 고백하고자 그분의 행적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또 표징적으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여 기록한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제일 먼저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것도 성령께서 가르쳐 주셨다고 겸손하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라고 말하며 뒤에 오시는 주님을 알리는 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습니다. 무대 위에서 주인공을 위해 충실히 자기 역할을 펼쳐 보이고 떠나갔습니다. 지금 그를 지켜보는 관객은 그의 역할에 뜨거운 찬사와 함께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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