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2.15 대림 제3주간 월요일
민수24,2-7.15-17 마태21,23-27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복음의 주님은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묻습니다.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우리의 기도나 생각이, 말이나 글이,
하늘에서 온 것인지 또는 사람에게서 온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 보라는 말씀입니다.
영혼이 없는, 혼이 없는,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현 사회요 교육제도 같습니다.
크고 좋은 건물의 건축모습을 보면서
어느 형제가 독백처럼 쏟아 낸 말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혼이 담겨져 있어야지....”
그렇습니다.
혼이 담겨져 있지 않은 얼굴이나 건물, 글, 말,
아무리 좋고 화려해도 공허만 가득할 뿐입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처럼 사자후를 토했던
고(故) 함석헌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독재자들은 예로부터 우민화 정책을 통해
생각 없는 백성으로 만들고자 온갖 시도를 다했습니다.
생각이 없는, 혼이 없는 말이나 글들 쓰레기요 공해일 뿐입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이런 글들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이들을 보면,
그 필자들이 참 딱하게 보입니다.
하루를 돌아볼 때 이렇게 낭비한 시간이나 정력,
말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인간의 탐욕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사회,
과연 낭비와 소비, 공해의 사회입니다.
시간, 에너지, 의식주(衣食住)에 걸쳐
낭비되는 유무형의 자산은 참 많을 것입니다.
하여 날로 이런 저런 쓰레기들로 오염되어가는 세상입니다.
바로 이게 오늘 날 위기의 본질입니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라 생각이 담기지 않으면 소리일 뿐입니다.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낸 후
부끄러움 가득 느끼며 깨달음처럼 쏟아낸 말입니다.
“생각 없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너무 많이 쏟아 냈구나.”
흥분하여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쏟아낸 말들로 후회한 적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이래서 예로부터 영적 스승들은
침묵과 기도, 말씀묵상의 영성훈련을 강조했습니다.
하느님의 영으로 충만한, 버릴 말이 하나도 없는
성경책이요 시편기도요 미사경문입니다.
사막 수도승들의 짧은 잠언들 역시
군더더기 없는 체험적 진리의 결정체들입니다.
오늘 1독서의 브오로의 아들 발라암은
하느님의 영을 받자 입이 열려 말합니다.
“브오로의 아들 발라암의 말이다.
열린 눈을 가진 사람의 말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지식을 아는 이의 말이다.”
하늘에서 온 영으로 가득한 발라암은 이어 메시아 탄생을 예고합니다.
“나는 한 모습을 본다...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솟아난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하느님의 지혜로 가득한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혼이 가득 담긴 복음 말씀들입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무식하고 생각 없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의 도전적 예봉을 피해
잠시 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지혜로운 주님이십니다.
“나도 너희에게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질문에 답이 들어있습니다.
요한의 경우를 생각하여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선입견을 접고 냉철하게 살펴보면서
예수님의 일 역시 하늘에서 온 것임을 깨달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과연 우리의 생각과 글과 말, 기도, 행동이 하늘로부터 온 것인지
또는 사람에게서 온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겠습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우리를 당신의 영으로 충만케 하시어
매사 하늘에서 온 생각, 말, 행동을 하게 하십니다.
“주님, 주님의 행로를 제게 가르쳐 주소서.”(시편25,4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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