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98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
So has the Lord done for me at a time when he has seen fit
to take away my disgrace before others.
(Lk.1.25)
제1독서 판관 13,2-7.24-25
복음 루카 1,5-25
배움의 시기를 놓쳐 문맹인 남편에게 아내가 글을 배우라고 권하자, 남편이 말합니다.
“글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이도 많은데 새삼스럽게 무슨 글을 배워?”
이렇게 글 배우는 것을 주저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이렇게 간단히 부탁을 하는 것이에요.
“정 그렇다면, 내게 등껍질이 벗겨진 당나귀 한 마리를 데려오세요. 당신께 보여 드릴 게 있어요.”
남편은 그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 등껍질이 벗겨진 당나귀를 몰고 왔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가만히 당나귀 등에 흙을 얹고 풀씨를 심었어요. 그리고 며칠 뒤 신기하게도 당나귀 등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입니다. 다시 아내는 남편에게 그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나가 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등에 꽃을 피운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가는 그를 손가락질하며 비웃었습니다.
남편은 당황해서 집에 얼른 들어왔지요. 하지만 아내는 계속 당나귀를 끌고 시장에 다녀오라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은 매일 시장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사흘째가 되자 아무도 그를 보고 비웃는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더 이상 그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자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공부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웃을 거예요. 하지만 며칠 뒤면 당신이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될 겁니다.”
아내에게 감동한 남편은 그날로 선생을 찾아가 글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글 익힌 남편은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에 들어갔고, 결국은 선생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부끄러움 때문에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부끄러움이야 기껏 해봐야 3일밖에 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더군다나 그 해야 할 일이 하느님의 일이라면 어떨까요? 3일 동안 창피한 것 때문에, 하느님의 일을 거부하는 커다란 불충을 행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들은 사제였던 즈카르야와 아론의 후예인 엘리사벳을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대단한 가문이며, 더군다나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보아 평소의 행실도 다른 이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단점이 하나 있지요. 그것은 바로 아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예고하지요.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일에 의심을 품습니다. 즉, 나이가 많아서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아기를 낳으며, 이렇게 나이 많은 사람이 아기를 갖게 되면 얼마나 남사스럽겠냐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의심과 부끄러움 속에서는 하느님의 일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즈카르야는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고 맙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일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또 부끄러워한다면 우리 역시 원하는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부끄러움은 기껏해야 3일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을 필요가 없음을 기억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가정에서 좋은 가장인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훌륭한 사회인이다. 참된 인격은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것외에도 가정에서도 아내와 자식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몽테뉴)
인정의 유통기한(김승전, ‘뭉클’ 중에서)
늦은 밤, 한 청년이 24시간 편의점에 들어왔습니다. 행색이 지저분하고 몸에서는 냄새까지 나는 청년이었어요. 편의점에선 할아버지 혼자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청년은 빵 진열대 쪽으로 성큼 걸어갔습니다. 청년은 빵을 하나씩 들고 유통기한을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벽시계가 자정을 살짝 넘어가는 순간,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빵 하나를 들고 계산대 가까이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계산대는 그냥 지나쳐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가 버리는 것이었어요. 편의점에서 할아버지가 황급히 쫓아 나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청년은 어두운 골목으로 몸을 숨겼어요.
5분 가량 시간이 흐른 뒤, 청년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편의점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한 50미터 정도 걸었을 무렵, 청년의 어깨에 투박한 손이 가볍게 내려앉았어요. 편의점의 바로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기만 했어요.
"아침에 먹을 게 없어서 훔쳤어요. 자정을 넘기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에요."
청년은 들고 있던 빵을 내밀며, 따지듯 말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웃옷 주머니에서 우유를 꺼내주며, 이렇게 얘기했어요.
"그런 빵이 하나 있었지. 목이 메일 테니, 이 우유와 함께 먹어요. 젊은이, 인정에는 유통기한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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