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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겸손한 신중함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9 조회수747 추천수11 반대(0) 신고

 

 

 

대림 3 주간 토요일 - 겸손한 신중함

 

저는 묵주기도를 일반적으로 밤에 바칩니다. 오늘도 옥상에 올라가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한 오단 쯤 되니까 여기저기서 문 닫는 소리가 나고 저도 돌 같은 것을 밟아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났습니다. 그 때 갑자기 앞 쪽에서 사람이 한 명 슉 지나갔습니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서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 맘을 가라앉히고 마저 기도를 마치고 내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왜 하느님과 성모님께 기도를 바치면서도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 분들이 곁에 있다고 정말 느끼며 기도했다면 이렇게 무서웠을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있는 아이는 세상에서 무서울 것이 없는 천하무적이 되는 것처럼 하느님과 함께 있다고 믿으면 당연히 두려움이 없어야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자 마리아도 몹시 놀랍니다. 우리는 여기서 즈카리야에게 나타날 때와 조금 비교하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복음에서 즈카리야도 천사를 보자 놀랐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입니다. 성소엔 사제 한 사람만 들어오게 되어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옆에 서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경우는 다릅니다. 성모님은 즈카리야처럼 가브리엘 천사의 존재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천사가 하는 말 때문에 놀란 것입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성모님은 천사가 말한 대로 주님과 함께 계시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천사가 자신이 은총이 충만하고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고 하자 ‘자신을 속이는 마귀가 천사의 모양으로 와서 자신을 교만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긴 것입니다. 성모님은 자신이 전혀 그런 인사를 받을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예수님이 내 앞에 나타나면 침을 뱉으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예수님이 나타나실 만큼 온전한 성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죄인에게 예수님이 나타나셨으니 그것은 틀림없이 마귀가 둔갑하여 나타난 것이라는 것입니다. 혹 만에 하나 그 분이 진짜 예수님이라면 오히려 이런 겸손한 모습에 칭찬을 해 주실 것이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별한 현상을 체험하고 바로 그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믿어버린다면 교만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천사의 말을 듣고 성모님은 천사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 또한 즈카리야가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보면 안 됩니다. 즈카리야는 믿지 못해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고 성모님은 만약 아들을 잉태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시 번역을 하면,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합니다.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나겠습니까?”가 됩니다. 성모님은 천사가 말한 것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자신이 요셉과 잠자리를 가져야 하는지 동정을 계속 지켜야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즈카리야는 벙어리가 되었지만 성모님은 즈카리야의 아내에게 이런 인사를 받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루카 1,45)

 

성모님은 겸손하셨기에 신중하셨고 또 믿을 줄 아셨습니다. 저도 가끔 신중하지 못해 말을 생각 없이 하거나 일을 대충 처리하여 후회하는 때가 많습니다. 이것은 겸손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성모님은 아무런 죄가 없으심에도 아주 작은 교만도 자신을 해하지 못하도록 움츠리실 줄 아셨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죄를 지을 수 있는 것들에 두려움 없이 너무나도 당당한 것 같습니다.

오늘 성모님의 겸손한 신중함을 배우며 우리 삶 안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템포 천천히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합시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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