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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1일 야곱의 우물- 루카 1, 26-38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1 조회수1,269 추천수1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루카 1,26-­38)
 
 
 
 
요한의 탄생 예고와 나란히 예수님의 탄생 예고가 이어집니다. 엘리사벳이 요한을 가진 지 여섯째 달이(26절) 되었을 때입니다. 외부와 차단된 접근할 수 없는 거룩한 장소에서 자신의 사명을 이행하던 그 천사가, 이번에는 불경한 지역으로 여기던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마태 4,15)를 찾아갑니다. 무대는 갈릴래아의 초라한 나자렛이라는 고을에서 시작됩니다. 갈릴래아는 예언자 한 사람 나온 적이 없는 곳입니다.(요한 7,52) 특히 나자렛은,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 하던 곳입니다. 하찮은 곳에서 가난한 백성한테서 예수님이 태어나실 것입니다.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27절) 다윗 왕가의 후손이면서 처녀의 아들로, 법적으로는 요셉의 아들로,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지혜롭게 안배하십니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27절) 마리아는 하느님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찾아가 인사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28절)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시던 인사와 비슷합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21) 구약에서 예언자들도 기쁜 소식을 알릴 때 종종 이렇게 인사했습니다.(스바 3,14; 요엘 2,21 등) 메시아 시대의 환호를 마리아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28절). 하느님의 거처가 마리아 안에 마련되었습니다. 구약의 하느님이 성전에 계셨다면 신약의 하느님은 사람들 가운데 거처를 두십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힘과 용기를 주시는 위로의 인사입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보호 아래 있습니다. 그 약속은 우리한테도 유효합니다.

 
몹시 놀란 마리아는 이 인사의 뜻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합니다.(29절) 자신에게 벌어진 특별한 사건을 알아채고자 애를 씁니다. “두려워하지 마라.”(30절)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은총으로 마리아를 북돋워 주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30­-31절) 남편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총애를 받아 아들을 낳게 됩니다. 은총을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마리아는 받아들였습니다. 그 아기는 예수라 불려야 합니다.
 
태어날 아기는 큰 인물이 되실 분이십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능력으로 태어나시기에 그분의 아들이십니다. 다윗 왕좌를 이어받은 통치자시며,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실 분입니다.(32-­33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33절) 마리아한테서 태어나실 분이 한 나라를 세우실 것이니, 그 나라는 시대와 민족을 뛰어넘어 온 세상을 포함할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어떻게 처녀가 어머니가 될 수 있는지 묻습니다. 마리아의 질문은 우리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이 신비를 풀어줄(35절) 발단이 됩니다. 예수님의 잉태는 하느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이사악, 삼손, 사무엘, 세례자 요한에게 일어났던 일을 능가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실 것이다.”(35절) 마리아의 태중에 생명을 주는 것은 하느님의 능력입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창조 능력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35절) 광야의 성소에서는 하느님의 현존이신 구름이 이스라엘 백성을 감쌌습니다.(탈출 40,34-­35)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할 때도 구름이 그곳을 덮었습니다.(1열왕 8,11) 신적 능력인 그분의 영광이 마리아를 가득 채웁니다. 마리아는 새로운 성전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 안에서 예수님을 통하여 당신 백성에게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이 모든 것이 곧 탄생할 아기가 하느님의 거룩한 아드님이심을 입증합니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35절) 오늘 천사가 전한 말씀의 절정입니다. 온전히 봉헌되신 분, 구원을 가져올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 자신이십니다.
마리아는 표징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엘리사벳에게 일어난 일이(13절) 마리아가 기꺼이 믿도록 도와줍니다. 맹목적인 신앙을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마리아는 어머니가 된다는 생각에 몰두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37절)는 것을 믿었습니다. 사라에게 일어난 일을 아브라함이 믿었던 것처럼 말입니다.(창세 18,13­14)
 
이제 남은 것은 응답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알았고 그 뜻에 ‘주님의 종’으로서 순명합니다. 마리아한테는 하느님의 뜻이 전부였으니까요. 아브라함의 순명으로 시작된 구원 역사가 마리아의 도움으로 절정에 이릅니다. 그리스도는 세상에 오실 때에도(히브 10,5-­7) 세상을 떠나실 때에도(필리 2,8) 순명하셨습니다. 구원은 순명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갑니다.(38절) 천사의 사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위대한 사건을 앞두고 침묵이 흐릅니다.

 
성령은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성령으로 아이를 잉태하셨듯이, 하느님은 성령을 통해서 우리 안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십니다. 우리는 마리아처럼 하느님께서 우리한테서 큰일을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해야 합니다. 우리 힘만으로는 고귀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불가능한 것이 없으시기 때문에 나자렛의 작은 소녀는 하느님의 위대한 일을 견뎌 냈습니다. 그런 분이기에 한계가 있는 우리를 선택하십니다. 그분께 아뢸 최고의 응답을 어린 마리아에게서 배웁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오늘도 예수님은 가난한 우리들 가운데 계속 태어나십니다.
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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