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겸손과 겸양이 정말 훌륭한 덕목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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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미 | 작성일2008-12-26 | 조회수628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제목을 보고 제가 오늘은 무슨 궤변을 늘어놓을까 싶으시죠?
제가 한국이란 나라를 떠나 미국에서 살면서 겪는 경험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겸손해야하고 자신이 잘한 일이 있더라고 결코 드러내서 이야기 하지 않아야하는 불문률 같은 것이 있지요?
제가 어릴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고 저 역시나 일을 잘 하고 나서도 남앞에서 자랑을 하면 그것은 오히려 하지 아니한만 못하다...아님 괜히 나서다 욕만 듣는다...혹은 사람이 겸손할 줄 알아야지 하는 남의 이목과 입방아를 신경쓰며 사실 그냥 조용히 있는 성격으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눈에 그냥 고분고분하고 말 잘듣는 아이로요.
누군가가 맛없는 혹은 제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을 주셔도 그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억지로 음식을 먹는것에 익숙해졌고 내가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지 평화로운것 같아 했었구요, 내 주장을 펴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대세를 따르고 그들이 좋아할만한 선택을 은연중에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와서 제일 처음으로 겪은 문화적 충격은 내 의견을 제대로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절대로 누군가가 배려로 혹은 알아서 저를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언어도 Yes나 No를 분명히 얘기해주기를 원하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괜찮습니다 라는 말로 어중간하게 얘기하다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보기가 일수였고 절대 제가 원하는 대로 무슨일을 처리할 수도 이룰 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다른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배우면서 맨 처음 배운것은 저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설령 자신이 없고 능력이 부족해보여도 어떤일을 하기위해서는 겁없이 해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이것은 제가 남편이나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이 들은 이야기입니다. 유학생들중에 한국사람들은 특히나 머리가 좋고 똑똑합니다. 지도교수가 이일을 한번 해볼래?하고 얘기하면 미국학생들은 잘 알지도 못하고 그 방법조차도 모르며 해보겠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한국사람들은 속으로는 내가 아는데 혹은 저 미국애보다는 잘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만 하지 선뜻 용기있게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일을 해보겠다고 한 학생은 시행착오늘 겪어가며 일을 하고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가지고 자신이 완벽히 알지 못한다 해서 선뜻 나서지 못한 한국학생은 다른 학생이 하는 일을 보며 난 너보다 잘 할 수 있는데 혹은 바보같이 일을 왜저리 못하나 하며 속으로 아니꼬운 생각만 하고 결국은 일을 할 기회조차도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한국 학생의 이야기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혹 오해하시지 않도록...그만큼 우리가 뭔가를 완벽히 알지 못하고 조금 아는 것은 부끄럽게 생각해서 배울려는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겁니다.
조금 못하면 어떻습니까? 제가 이 분야는 잘 알지 못하나 노력해서 일을 해보겠다 뭐 이렇게 솔직한 태도가 되면 언제나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도 제 의견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가까이 지내던 미국분들을 곤란하게 만든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너 차 마실래? 커피 마실래?' 했을때 '오늘은 비가 오니 커피가 더 마시고 싶어 커피를 마실래요.'라고 분명히 얘기해주어야하지 '아무거나 괜찮아요'란 말로 대답하면 그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어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난감해합니다.
여러가지 세계의 문화행사에 가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입니다. 한국은 드러내기 싫어하고 좋은 보물을 가지고 있어도 보여주기를 싫어합니다. 보여주려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지도 않습니다. 그냥 니네가 알아서 찾아와서 우리의 좋은 것을 보고 가거라하는 자세는 아닌가 반성이 됩니다. 좋은 것을 자랑하지 않는 겸손과 겸양의 발로일 때문일테지만 그 덕이 결코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식을 해서 다른 분께 대접하는 일이 있으면 김밥을 만들어도 일본의 스시-미국사람들은 김으로 만든 롤도 모두 스시라 부름-김밥이란 이름을 가르쳐 주고자 애쓰고 일본의 것과 한국것의 차이를 설명해 줍니다.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은 거지요. 두리뭉실 그저 일본, 중국, 한국의 문화는 그저 대동소이하게 볼 외국인들이지만 제가 더 잘 알고 차이점을 알기 때문에 비교하여 가르쳐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뭐 애국이 별거 있겠습니까? 제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애국이란 것은 우리나라의 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죠.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흘러 애국까지 나왔으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어쩡쩡한 대답이나 겸손을 가장한 부정확한 의사표현은 절대 좋은 미덕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 사람의 존엄성을 보존해 주지만 자신의 존엄성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하느님의 당당한 자녀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맺음합니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그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입니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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