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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8일 야곱의 우물-루카 2. 22-40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8 조회수714 추천수1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그들은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주셨다.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한나라는 예언자도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루카 2,22-­40)
 
 
 
 
유다교 율법에 따라 아이를 낳은 마리아가 정결례를 치르고 성전에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제물을 바침으로써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는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봉헌물을(레위 12,8) 바칩니다(24절). 또한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23절; 탈출 13,12 참조)는 규정에 따라 마리아와 요셉은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22절). 그러나 맏아들을 대속하는 제물을 바친다는(민수 18,15-­16) 언급은 없습니다. 아마도 예수님 자신이 몸소 제물이 되실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예수님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온전히 바쳐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십니다.

 
시메온이라는 의롭고 독실한 노인이 성령께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갑니다. 그는 하느님의 활동을 알아보고 선포하는 예언의 성령을 받은 이로서,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그리스도를 뵈올 날을 기다리는 일념으로 살았습니다(25-­26절).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주셨다.”(26절)
그는 아기를 두 팔에 안고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구원을 목격한 것에 감탄과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29­-30절) 구약의 율법이 완성됨을 깨닫습니다. 죽기 전에 메시아를 보았다는 점에서 다른 예언자를 능가합니다. 약속대로 시메온을 비롯한 주님의 백성은 평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세상을 떠날 때 시메온처럼 고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31-­32절) 그가 생애 마지막에 부른 노래는 이사야서의 말씀과 정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성령을 받은 이들은 성경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고 구원 사건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나의 구원이 땅 끝까지 다다르도록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이사 49,6) 시메온의 팔에 안긴 아기가 그 빛입니다. 예수님은 태어날 때부터 온 인류를 비추는 빛이시며 자유와 생명으로 인도하실 빛이십니다. 그분의 구원은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방인인 루카는 구원이 이방인들에게도 열려 있음을 역설합니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말에 놀라워합니다.(33절) 하느님의 도구가 된다는 것에 감탄합니다. 그러나 그 감격이 평화롭고 감미롭지만은 않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34­-35절) 이사야의 두 예언이 실현됩니다. “그분께서는 이스라엘의 두 집안에게 성소가 되시고, 차여 넘어지게 하는 돌과 걸려 비틀거리게 하는 바위가 되시며, 예루살렘 주민들에게 덫과 올가미가 되시리라.”(이사 8,`14) “보라, 내가 시온에 돌을 놓는다. 품질이 입증된 돌, 튼튼한 기초로 쓰일 값진 모퉁잇돌이다.
 
믿는 이는 물러서지 않는다.”(이사 28,16) 예수님이 지지를 받거나 반대를 받는 것은 하느님이 정하신 예수님의 운명입니다. 예수님과 일치하는 사람만이 들어 높여질 것입니다. 예수님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사람만이 참으로 하느님의 백성에 속하게 됩니다. 아무도 중립을 지킬 수 없습니다.

 
마리아는 아들이 겪게 될 운명에 아픔을 겪을 것입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세상이 결코 평온하지 않을 테지만 마리아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할 것입니다. 영혼을 꿰뚫는 것과 같은 고통임에도, 어머니의 운명은 아들의 운명과 이어져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평화와 빛이기도 하지만 칼과 고통이기도 합니다. 구원뿐 아니라 심판도 가져다주십니다.
 
이스라엘에는 성령의 선물을 받은 여인들이 더러 있습니다. 오늘 복음 선포에서도 여인이 한 역할을 합니다. 프누엘(하느님은 빛이시다)의 딸이요 아세르(행복) 지파 출신인 한나(하느님은 은혜로우시다)라는 예언자입니다. 그는 의지할 데 하나 없는 가난한 과부였지만,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습니다.(37절) 한나는 여성의 본능으로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하시려는 일을 알아봅니다. 시메온의 심판과 칼의 경고에 이어 그는 자신의 출신답게 위로와 위안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성전에서 일어난 엄청난 은총의 순간을 목격한 증인으로서 시메온의 찬양에 환호로 응답합니다.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38절)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예루살렘의 회복에 대해 말합니다.(예레 33; 다니 9장 등) 마침내 말라키의 예언이 성취됩니다.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너희가 좋아하는 계약의 사자 보라, 그가 온다.”(말라 3,1) “그가 오는 날을 누가 견디어 내며 그가 나타날 때에 누가 버티고 서 있을 수 있겠느냐? 그는 제련사의 불 같고 염색공의 잿물 같으리라.”(말라 3,2) 한나는 복음화의 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예루살렘에서 영광의 시간을 마치고 나자렛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39절)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40절) 보통 사람들처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윤리적으로 성장합니다. 건강한 인간으로 자랍니다. 하느님의 총애를 받으면서 완전한 인격을 갖춥니다.

루카는 시메온과 한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의외로 자세히 소개합니다. 평생을 경건하게 살아온 그들 눈에는 어린 주님이 보였습니다. 그들이 갈망하는 구원이 마침내 모든 이를 위해 실현되었습니다. 그들을 통해 구약이 결실을 맺습니다. 오로지 한길을 걸어온 그들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들이 만난 예수님이 모든 것을 갚아주셨습니다.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29절)
강지숙(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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