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광우병 때문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 가운데 광우병이 걸릴 확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습니다. 그 확률에 대해 천만 분의 일이다, 로또를 10번 맞을 확률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는데, 반대편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확률보다는 안전한가, 위험한가를 따지는 논쟁이었습니다.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 ‘걸리지 않는다.’와 동일한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보면 낮은 확률에도 병에 걸린 사람한테는 백 퍼센트의 확률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메온은 하느님의 약속을 받은 사람이기에 예수님을 볼 수 있는 은총을 성령의 이끄심에 의해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나한테는 그러한 약속도 성령의 이끄심도 없었습니다. 마치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성직자나 수도자가 시메온의 모습과 닮아 있다면 한나는 우리 신자들의 모습과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수많은 아기 가운데 그분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광우병에 걸릴 확률 정도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나가 매일같이 성전에 찾아온다면, 그 확률은 분명 높아질 것이고, 더 나아가 밤낮으로 기도하는 한나에게 그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고 어쩌면 예수님을 볼 수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하느님 안에서 백 퍼센트가 된 것입니다.
우연히 성전에 갔다가 그 구원을 본 것이 아닙니다. 아마도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했던 사제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 역시 그분을 스쳐지나 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나는 그분을 알아보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께 확률은 누구한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에 있음과 없음으로 주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과 믿음이 때로는 헛된 노력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하나하나가 그분을 뵙게 해주는 생명에 백 퍼센트로 이끌어 주고 있음을 기억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갑시다.
황지원 신부(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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