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착한 애 - 주상배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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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8-12-30 | 조회수760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착한 애
어렸을 때 나는 착한 애라는 말에 약했어요.
딴 애들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발버둥질 치며 떼를 써서 꼭 갖고야 마는데 난, 그럴 때마다 어머님께서 미리 알아서 착한 애라고 하시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죠.
차남의 설움이겠지만… 쇠고기가 지금처럼 흔치않던 시절 어머님께서 몸 약한 형에게 몇 점 구워 먹이려 하실 때
"쟨, 참 착해, 어 여 밖에 나가서 놀다 오렴, 말도 참 잘 듣는 애지…" 하시면서
저것 봐, 일어나네, 일어나네, 어 휴, 뛰네 뛰네 하시면, 난 어머니가 왜 그러시는지 잘 알면서도 착하고 말 잘 듣는 애라는 말에 그만 약해져
"에잇 씨 익∼ "하면서 용수철 튀듯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 나가곤 했죠. 나와선 몹시 허전해 하였지만…
물론 일 년에 그저 한두 번 가물에 콩 나듯 한 일 이긴 하지만…
"신부님 오늘 강론 참 좋았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겉으론 대수롭지 않은 척 하면서도 속으론 기분이 너무 좋아 다음 주일 복음내용이 무엇인지 빨리 보고 싶어진답니다.
"이번 체육대회, 이번 피정, 이번 성가 경연대회 이번 행사 너무 너무 좋았어요. 역시 신부님이 이거예요" 하고
모른척하고 엄지를 쓰윽 내밀어 주면 나도 무엇이 부족했는지 잘 알면서도, 덮어 주는 너그러움에
그저 어린애처럼 신나고 무슨 일을 해서 교우들을 또 즐겁게 하고 영적으로 살찌게 해 줄 수 있을까 하고 밤잠을 설치며 성스런 고민을 하게 된답니다.
이럴 땐 나도 정말 또 하나의 그리스도(Alter Christus)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뿌듯하죠.
그러고 보면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맞는가 봐요 할아버지가 되어가도록 도(?)를 닦아온 이 마당에 아직도 글쎄 칭찬에 약하긴 매 한가지라니 원… 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죠?
그러나 때로는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도… 물론 잘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긴 하겠지만…
격려의 말보다는 이것저것 못마땅하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으면 유독 그 소리만 크게 들리고 속이 아려
"에라 모르겠다. 다음엔 그런 거 안 하면 되잖아 나 같은 놈이 뭘 잘 한다고 그냥 적당히 살아가지 뭐" 하는 이런 몹쓸 생각이 스며들며 피로가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온답니다.
그러면 결국 내 즐거움을 찾아 나서게 되고…
더 잘해보려 하지 않는 마음, 실은 그게 사제에겐 큰 유혹이죠.
이렇게 확실히 나무람보다는 칭찬이,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하루, 더 머무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 내는 기적의 도구가 된답니다.
그래서 사제를 위한 기도도 물론 좋지만 칭찬도 기도만큼 좋은 것 같아요 아니,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다면 바로 그것이 기도가 아니겠어요?
그러니 칭찬을 아끼지 맙시다. 내 맘에 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도 용기를 내어 해줍시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칭찬 받는 이를 칭찬하거나, 마음에 내키는 사람을 칭찬한 사람을 칭찬하는 우리와는 달리, 비록
칭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 부족한 틈에서도 칭찬꺼리를 발견하여 그것을 크게 보고, 칭찬해주려는 이의 아름답고 성스런 마음을 오히려 더 귀하게 여기시고 칭찬하시고 축복해주시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그런 귀한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먼저 이렇게 기도하며 칭찬의 말을 꺼내봅시다.
" 좋으신 주님 저는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믿습니다. 그 사랑이 제안에 계속 이어지기를 원합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칭찬할 좋은 맘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굳어있는 저의 혀를 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저의 칭찬으로 그가 용기를 갖고 새 출발하는 기쁨을 저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라고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이 계시기에 저도 존재한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저에겐 최고예요. 그럼 행복한 나날 되세요.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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