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월 5일 주님 공현 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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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1-05 | 조회수1,076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1월 5일 주님 공현 후 월요일-마태오 4,12-17.23-25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선물에 담긴 의미>
주님 공현 대축일만 되면 떠오르는 작은 기억 하나가 있습니다. 소년원 아이들과 팀별 성경퀴즈대회를 할 때였습니다. 박빙의 승부가 계속되었는데, 드디어 마지막 한 문제가 남았습니다. 이 문제로 우승팀이 가려지고 푸짐한 상품도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 문제 나갑니다. 세 명의 동방박사가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드린 선물 세 가지는?”
한 친구가 재빨리 손을 들었습니다. 정답은? “황금! 유향!”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를 말했는데, 다들 뒤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물약 !”
동방박사들이 갓 태어난 아기 예수님께 가져온 선물이 왜 하필 황금, 유향, 몰약이었을까요? 이왕이면 갓난아기에게 당장 필요한 일회용기저귀나 분유, 장난감이 아니었을까요?
세 가지 선물에는 각각 나름대로의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예부터 이 세 가지 선물의 의미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되어 왔습니다.
2세기경 리옹의 이레네오가 말하길 황금은 아기 예수님의 왕으로서의 위엄을, 유향은 그분의 신성을, 몰약은 언젠가 맞이하게 될 십자가상 죽음을 예표 한다고 했습니다.
현대 신학자 칼 라너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황금은 우리의 사랑을, 유향은 우리의 그리움을, 몰약은 우리의 고통을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황금은 여러 광물들 가운데 다이아몬드와 더불어 희소가치가 큰 물질입니다. 이콘을 그리기위해서는 금이 많이 사용되는데, 신분이 고귀한 분일수록 더 많은 금박을 입히기도 합니다. 동방박사들이 황금을 선물로 가져온 것은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신 분, 만왕의 왕이시며, 우리 생명의 주인이심을 고백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향은 예로부터 거룩한 성전에서 제사를 올릴 때 태우던 향료였습니다. 요즘도 부활이나 성탄 대미사 때, 서품식 미사 때, 성체강복 때도 분향을 합니다. 사제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단을 향해, 그리스도의 말씀이 선포되는 성경책을 향해, 예수님의 몸이신 성체를 향해 분향합니다. 향은 아무에게나 바치지 않습니다. 부족한 인간이 하느님께 바치는 가장 경건한 봉헌이 향인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유향을 선물로 드린 이유는 아기 예수님이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행위였습니다.
몰약(沒藥, Myrrh)은 시신에 바르는 약품으로 죽음을 상징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장례식 때 사용되는 몰약을 바치다니요. 그러나 이 행위는 참으로 예언적 행위입니다. 언젠가 아기 예수님께서 성장하셔서 아버지의 때가 오면, 그분께서는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몰약을 선물로 드린 이유는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해서 처형될 어린 양이심을 고백하는 행위였습니다.
찬란한 황금은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님의 존엄성뿐만 아니라, 우리 영혼이 지닌 고귀한 가치도 가리킵니다. 우리는 모두 이 땅위에서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동시에 영적 인간이자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의 얼굴은 하느님의 금빛 광채를 반영해야 하며, 우리 영혼은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해야 할 것입니다.
거룩한 성전에서 바치는 향기로운 분향은 우리가 하느님을 향해 올리는 정성스런 기도이자 그분을 향한 큰 그리움의 표현입니다. 분향의 여운은 참으로 그윽합니다. 우리 매일의 삶이 하느님께 드리는 그윽한 향기가 되길 바랍니다.
몰약을 아기 예수님께 바치면서 우리의 쓰라린 상처를 하느님께 보여드립니다. 그 상처는 우리 삶을 온통 헝클어놓지만, 결국 그 상처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 자비와 만납니다. 매번 힘없이 부서지는 우리들, 상처 입은 마음을 다시금 아기 예수님께 바치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473번 / 세상의 빛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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