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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대머리요 " - 주상배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05 조회수894 추천수11 반대(0) 신고
 

                           " 대머리요 "

 
                                

 

 

        주일강론을 어떻게 할까 낑낑거리고 있는데

        재잘거리는 소리가나 문을 열고 내다보니


        소나기 끝에 잠깐 햇살이 비친 틈을 타 귀여운 꼬마들이

        느티나무 아래 모래판에 옹기종기 모여 놀고들 있었다.


        흐르는 물을 막고 나뭇잎을 띄워 배라고 하며

        즐거워하는 녀석, 모래성을 쌓고 있는 여자아이, 자기영역

        표시를 하는 사내 아이 등 모처럼의 꼬마 천사들이 설악계곡

        맑은 물에 유유히 노니는 송사리들 같았다.


        난, 그들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왜냐하면

        동네 꼬마들에게도 좋은 본당 신부로서 인기가 대단할 거라고

        야무진 꿈에 잠겨있던 어떤 신부님이 "얘들아 내가 누구지?" 하고

        아주 자신 있게 물으셨단다.


        물론 "본당신부님이요" 라는 답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글쎄,

        빤히 쳐다보고 있던 한 녀석 왈 "대머리요" 하는 바람에

        그만 죽을 쑤었다지 뭔가 … ㅋㅋㅋ


        좋다, 그렇다면, 나를 보고는 과연 뭐라고 그럴까 몹시 궁금했다

        얼른 그들에게 다가가 아주 부드럽고 다정하게 물어봤다.


        "참 예쁜 애들이로구나! 같이 노~올자!

        그런데~ 내가 누구~게? 어디, 누가 먼저 알아 맞추~나?"


        한 여자애가 힐끗 쳐다보더니 "하라버지요" 그랬다.

        (에구~ 나도 한방 맞았구나! 쩝쩝쩝)


        "얘, 그럼 예쁜 너~는 내가 누구~지?"

        " 목사님이요"

        (에구~구~구,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군, 나도 별수 없구나!)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래를 만지작거리던

        제일 꼬마 녀석이 고사리 같은 두 손을 쳐든 채 그랬다


        "아니다, 찐부님이다. 내가 유치원에서 봤다"


        어찌나 반갑고 귀여웠는지 마치 보석을 발견한 듯… 흐뭇했던 나는

        따로 사무실까지 데리고 와 쵸콜릿등 맛있는 과자를 한 아름 가득

        안겨줬다.  캬, 교육이 무섭긴 무섭구나!


        옳지!

        주일 강론을 이걸로 해야지!

        그때까지 찌뿌둥 하던  머리가 갑자기 맑아지고 어깨가 가쁜 했다.


        강론 때 난 그랬다.


        "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정말 복 받고 싶으시다면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라는 주님의 질문에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라고

        사도 베드로처럼 고백하십시오.


        누구처럼 눈치 없이 대머리요, 하라버지요, 목사님이요 라고

        그러지 마시고요


        아, 여러분들도 자녀들이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고 했을 때

        얼마나 감격하고 기분이 좋으셨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저들이 잘해서 참 훌륭한 자녀를 두셨다는 얘기를 들을 때

        얼마나 뿌듯하시겠어요. 하지만 그네들이


        부모를 몰라보거나 제 맘에 안들 땐 아저씨 아줌마라고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그땐 그 기분이 어떻겠어요?


        괘씸한 것을 넘어서 아마 몹시 서글플 꺼 예요, 그렇죠?

        물론 그런 일이 절대로 있어선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사도 베드로의 명쾌한 고백에 주님께서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으면 그래 그 즉시 O.K!


        "너는 복이 있다." 라고 하시면서 "커다란 바위라"는 뜻의

        새 이름으로 바꿔주셨고 또 그분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워

        주시는 영광과 새 소명,  그리고 하느님 나라의 열쇠까지 주셨지요.


        그러니 여러분!

        이보다 더 엄청난 복이 어디 있고 이보다 더 좋은 기도가 과연 어디

        또 있겠습니까? 


        이제 다시는 난 기도 할 줄 몰라 그러지 마시고 사도 베드로의

        고백을 나의 고백, 나의 기도로 알고 열심히 합시다.


        말로 뿐 아니라 삶으로 도요.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주님을 찾고, 찬미하게 된다면

        그러면 예수님이 틀림없이 복을 철철 차고 넘치게 주실 겁니다."

 

                                  영원에서 영원으로

 

        "교우 여러분 사랑해요!

        주님 안에 예쁘게 지내시고 좋은 나날들 되세요."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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