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비님이 오시는 아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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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미 | 작성일2009-01-05 | 조회수644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아침엔 미사를 못 갔어요. 남편이 일찍 출근을 하고 아이들을 다 데리고 미사에 가려니 이미 시간이 늦었습니다. 내일은 애들이 개학을 해서 학교를 갈테니 또 제가 좋아하는 일상을 보낼 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아침부터 비가 옵니다.
예전엔 괜히 울적하고 센티멘탈해져서 비오는 날엔 강의도 빼먹는 불량학생이었어요. 1년에 한두번쯤... 매번은 아니구요. 비를 사랑해서 비에 팍~ 젖어보고 비가 오는 그 날의 분위기와 공기에 제 마음을 그냥 송두리째 맡겨버리기도 하고...
제가 한 낭만 했었던 사람이었나 봅니다.
요즘은 비가 오면....음~
그래도 또 낭만에 젖습니다.
우중충하고 우울한 낭만이 아니라 하느님이 보내주신 이 비를 어떻게 만끽할까하는 생각을 하지요. 뜨거운 커피를 내리고 블라인드를 활짝 열어 내리는 비를 보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바하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잘 듣습니다. 한마디로 심금을 울리지요...
오늘은 비가 오니 밖에서 놀진 못할테고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아이가 묻습니다. 오늘은 내일 학교갈 준비를 해야지 하고 대답하며 많이 자란 머리카락도 잘라 주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미국와서는 저는 직업이 몇개나 되는 지 몰라요. 요리사, 운전사부터 이발사까지...
동양인의 머리카락은 서양인과는 달라 미용실에 데려가서 잘라도 참 마음에 안들게 잘라요. 그래서 제가 한국을 잠깐 방문했을때 미용실에서 미용사분께 전수를 받았습니다. 처음엔 정말 호섭이를 많이도 만들었지만 경력 10년의 미용사 실력이 지금은 그래도 봐 줄만 합니다. 남자 셋의 머리카락을 2달 간격으로 잘라 왔으니 실력이 늘지 않으면 안되는 거겠지요.
그러고보니 제가 미용실을 가 본지도 정말 오래 되었네요. 여긴 가격이 어찌나 비싸든지 빠듯한 살림에 100불이 넘는 돈을 들여 미용실에 간다는 것은 아직도 사치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예전엔 아는 언니로부터 야매-그분은 여기서 미용사 기술을 익혔지만-로 그 언니의 애기를 봐줘가며 파마도 하곤 했었답니다. 함께 떡볶이도 만들어 먹고 하면서 재미있었지요. 그것도 그리운 일이 되었습니다.
아마 미국에 사시는 많은 여성분들은 저의 얘기에 공감하실거예요. 다들 그렇게 많이 살고 계시니깐요.
암튼 비가 오니 참 좋습니다. 빗소리를 듣는 것도 좋고 빗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행복하구요.
오늘 제1독서에서 그렇게 말씀하네요. 예수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는 영은 모두 하느님께 속한 영입니다. (요한 1서 4장 2절)
천천히 독서와 복음말씀을 읽고 묵상을 해봅니다. 그리스도의 영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어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한다해도 모두가 참 그리스도의 영은 아닌 것 같아요. 예수님께서 사람의 몸으로 이땅에 오셨음을 매일 매일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의 영 만이 하느님께 속한 영이라고 말씀하는 거죠?
그리고 예수님을 고백하고 선포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할 수 있는 참 성령이 함께 하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참 성령이란 거짓영의 반대이기도 하겠지요.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기준은 제 생각엔 많은 이들을 구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많은 이를 혼동에 빠뜨리는 것인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말씀을 가져다 주고 싶고 마음이 앞서서 다른 이를 위해 한다고 자부하며 하는 일이라도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미혹에 빠뜨린다면 그것은 주님의 성령이 아니라 거짓영에 의한 것이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러니 늘 깨어서 기도하고 끊임없이 참영과 거짓영을 분별하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마귀는 내 주변에 깔려 있습니다. 늘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조금만 방심해도 스르르 제 안으로 들어와 마귀가 원하는 일을 하게 하지요. 별로 큰 티도 안나고 제 스스로는 이것도 하느님이 시켜서 하는 일이야라고 위안을 하지만 그 일의 결과는 자명하게 나타납니다. 일을 하는 내내에도 스스로 마음에 자꾸 걸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님이 주신 열정으로 인해 주님의 말씀을 얘기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싶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진실되이 기도하며 지혜를 구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그리 하겠습니다.
많은 병자를 고쳐주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신 우리 주 예수님,
당신의 기적을 올바로 보고 그 기적을 거짓없이 교회 공동체를 위해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게 도와 주시옵소서.
비가 와서 조금은 차분한 아침입니다. 오늘도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 주님안에 참평화 누리시길 빕니다. 사랑합니다.
(아침에 조금 오다 그칠줄 알았는데 하루종일 비가 오네요. 잠깐 밖에 나갔다가 비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바로 얼음이 되어버린 것을 발견하였어요. 날씨가 춥긴 춥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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