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자들은 미처 알지 못 했다 - 윤경재 | |||
---|---|---|---|---|
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9-01-07 | 조회수522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제자들은 미처 알지 못 했다 - 윤경재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 벳사이다로 먼저 가게 하시고, 기도하시려고 산에 가셨다. 마침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느라고 애를 쓰는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그분께서는 그들 곁을 지나가려고 하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유령인 줄로 생각하여 비명을 질렀다. 모두 그분을 보고 겁에 질렸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고 나서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다. 그들은 너무 놀라 넋을 잃었다. (마르 6,45-52)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 피안으로 먼저 가라고 명령하십니다. 제자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아빠 하느님과 머물러 계시려고 기도하십니다. 하루의 끝과 시작을 기도로써 아버지와 함께하시며 힘을 얻으셨습니다. 그 기도 중에 먼저 떠나보낸 제자들을 위한 기도도 하셨을 것입니다. 마침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느라고 애쓰는 제자들을 발견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시려는 마음으로 그들 곁에 다가가셨습니다. 작년 성지순례 때 갈릴래아 호숫가 키부츠 방갈로에서 이틀을 머문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새벽에 창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었습니다. 폭풍우가 부는 줄 알았습니다. 세찬 빗줄기가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놀라서 문 밖에 나가보니 빗방울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우기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바람만 불었습니다. 널어 논 빨랫감은 다 날아가고 몸은 제대로 걸음을 떼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뭍에서도 바람이 이렇게 세차다면 물 위에서는 얼마나 심할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마 배가 곧 뒤집힐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지형이 높은 산과 낮은 호수가 가깝게 붙어서 생기는 공기의 대류현상 탓에 이렇게 강한 바람이 수시로 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호수를 죽음의 세력으로, 악마가 사는 곳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안을 향해 항해하는 쪽배처럼 자주 역풍과 폭풍을 만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두려움에 떱니다. 그 공포는 알지 못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 자기가 이루어 낸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지나 않을까하는 상실의 공포에서 옵니다. 죽음이 심연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는 공포는 정말 인간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만나야할 역풍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그 역풍을 이겨내야 피안에 도착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으셨습니다. 물가에서 자라고 고기잡이 하던 제자들도 어느 정도 위험을 예상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늦은 저녁에 배를 띄우는 데 망설여졌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복음서 본문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재촉하셨다(anagkazo)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에 제자들은 무사히 건너편에 닿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배를 띄웠습니다. 그러나 역시 세찬 바람은 여지없이 불어댑니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아주 강한 바람이었습니다. 제자들은 힘을 합쳐 바람에 맞섭니다. 낑낑매며 노를 저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고 계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 곁으로 다가가셨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배에 올라타지 않으셨습니다.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제자들을 믿었던 것입니다. 그냥 지나쳐가시려고(parerchomai)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자들은 예수님을 유령으로 착각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한마디로 번지수가 틀린 것입니다. 자신에게 닥친 역풍에는 크게 놀라지 않았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도우시려 곁에 계시는 예수님을 보고 놀란 겁니다. 제자들은 세찬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을 했기에 놀라지 않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예수님의 행동에 더 놀란 것입니다. 그분의 경이로운 능력에 놀란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신원을 가르쳐 주시어 모든 것을 바로 잡아 주셨습니다. 그러자 바람도 곧 멎었습니다. 신앙은 경험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세례 받은 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인생의 역경을 얼마나 잘 체험하고 헤쳐 나왔는지가 답이 아닙니다. 뱃사람이었던 제자들이 갈릴래아 호수에서 역풍에 고생했던 것보다 주님을 잘 몰라 두려워했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확실하게 주님으로 우리 안에 모시지 못하기에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요한은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안에 사랑으로 와 계시는 성령을 따른다면 우리는 주님이신 예수님을 고백할 수 있으며 또 우리의 이웃을 주님처럼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