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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말이 되면 특별한 음식으로...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1 조회수631 추천수3 반대(0) 신고

주말이 되면 몸도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가족들을 위해 무슨 특별한 음식을 해서 먹일까 고민을 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에서 직장에서 배우랴 돈 벌랴 애쓰는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내가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은 것은 뭐 당연지사이지요.

어제 전단지에서 스테이크 세일을 한다는 것을 보고 어제 한 팩을 사다 놓았고 운동 아니 전용 사우나-미국 학생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제가 전용으로 사용함-에 갔다 오는 길에 잠깐 마켓에 들러 껍질콩과 샐러드를 샀습니다.

바비큐는 저희가 미국에 온 이후로 즐겨 해먹는 요리인데 조개탄에 불을 붙여 활활 태운 후 뜨거운 불기가 사그라지고 회색빛으로 조개탄이 변한 후 은근한 불에서 각종 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한마디로 숯불구이인 거지요. 오늘은 그냥 스테이크를 구웠지만 다른 날에는 불고기, 돼지양념고기, LA갈비, 닭고기 등…….사실 어떤 종류의 고기를 구워도 조개탄 안에 배어 있는 나무의 향기 때문에 바비큐 특유의 향이 고기에 베어서 다 맛있게 요리가 됩니다.

스테이크와 물에 살짝 데친 그린빈, 당근, 호박 등의 야채와 샐러드를 사이드로 준비했습니다. 샐러드 소스는 너무나 다양한 종류가 많으나 저는 새콤 달콤 베이질 향이 나는 발사믹 비네가레떼라는 소스를 즐겨 먹습니다. 덤으로 냉동실에 박혀 있던 새우도 소금구이해 먹고요. 저녁을 먹는 동안 호일에 싼 감자를 조개탄 속에 파묻어 두었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 꺼내어 야참으로도 먹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먹는 얘기를 많이 하나 싶으시죠? 먹는 거 자랑이나 하고 있으니 혹 배고프신 분들을 괴롭게 하진 않나 모르겠습니다. 주말이 되어 또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며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뭐든 양보하기 좋아하고 정이 많은 큰 아이는 고기 부위 중에 특별히 부드러운 부분을 엄마한테 다 주며 엄마 먹으라고 합니다. 엄마는 맛있는 고기를 먹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며 (You deserve it.)…….또 이 세상에서 우리 아빠가 만들어 주는 바비큐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얼마나 아빠를 자랑스레 이야기하는지 모릅니다.

나중에 꺼낸 속살이 포실 포실한 구운 감자를 먹으며 제가 '나는 너무 행복하다 아니 우리 가족은 너무나 행복하고 이렇게 밥 굶지 않고 더군다나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우리가 참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남편도 모두 한마음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오늘도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이 있을 것이며 굶어 죽어가는 사람도 수도 없을 것입니다. 내가 좋은 것을 먹으며 죄책감을 느껴야할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감사는 해야 하는 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나아가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것입니다. 감사하는 삶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도와 줄 수 있는 삶으로 나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주보를 만들며 계속 연재되는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시는 한 형제님께서 노숙자나 밥을 먹지 못하는 분들을 대접하며 쓴 글을 읽으며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분을 통해 나누며 또 감사하고 기뻐하는 삶을 보며 하느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저는 한참 멀었지만 이런 뜻으로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큰 사랑으로 주님께서 저를 쓰실 거라 믿습니다.

별 시답잖고 일상적인 이야기여서 묵상방에 올려도 되나 조금 망설여지지만 그냥 또 나누고 싶어서 글 올립니다. 

복된 주일 보내고 계시지요? 주님 안에 영적으로 육적으로 배부른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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