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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믿고 한 이야기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4 조회수752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제 1주간 목요일 - 믿고 한 이야기

 

몇 달 전에 로마에서 공부하는 한 수녀님과 이야기하는 도중, 그 수녀님이 저에게 앞으로 자신의 학과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니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로마에는 또 어릴 적 동네 친구 신부도 있는데 이야기 도중 그 수녀님 이야기를 해버렸습니다. 오래 된 친구라 저는 거의 감추는 것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친구 신부가 그 수녀님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제가 해 준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수녀님은 기분이 많이 상했고 앞으로는 저에게도 조심해서 이야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친구 신부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빠서 이야기를 선별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비밀이 있습니다. 사실 그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둘 사이의 사랑의 증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믿고 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한다면 그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은 매우 기분이 상할 수 있고 그 관계 또한 조금은 멀어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들은 하느님과 단 둘이 일어난 사건들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둘만의 비밀이 둘만의 사랑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교리들은 매우 늦게 정립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성모님께서 당신의 비밀들을 드러내시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이들의 믿음을 위해서 꼭 필요한 비밀들은 드러내셨습니다.

예를 들면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나 엘리사벳을 방문하셨던 일,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실 때 벌어졌던 일들, 또 이집트로 피난 가셨던 일, 혹은 성전에서 예수님을 잃고 찾아 해맨 사건들은 성모님께서 설명해주시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사건들입니다. 이 사건들은 후대의 그리스도를 이해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성모님은 잘 기억하셨다가 후대의 복음사가들이나 제자들에게 설명해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이 우리에게 이야기 해 주시지 않은 것들이 사실은 더 많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성경엔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성모님께 발현하셨다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 먼저 발현하시지 않으셨을 리가 만무합니다.

또 당신과 하느님만이 가질 수 있었던 수많은 비밀들을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심이라든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신비라든지, 평생 동정으로 사셨다든지, 승천하실 몸을 지니고 계셨던 것 등은 전혀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이런 교리들을 정하는데 거의 이천 년이란 세월을 숙고해야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도 오상을 받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감추고 다녔습니다. 시에나의 카타리나 성녀는 오상을 주시겠다는 말씀에 아예 보이지 않는 오상을 달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카타리나 성녀가 돌아가셨을 때에야 오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왜 성모님이나 성인들은 하느님과의 신비로운 비밀을 드러내려 하시지 않으셨을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다닌다는 것의 가장 큰 위험은 그것들을 자랑함으로써 교만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두 번째 이유는 그런 비밀들을 지니고 있으면서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를 지니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기도하다가 어떤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신자를 보면 그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 아님을 확신합니다. 위의 두 가지를 모두 어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천사가 나타나 성자를 잉태한 사실을 요셉에게까지 숨겼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간 비밀들에 대해 침묵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물론 하느님과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나병을 고쳐주신 사람에게 사제를 제외한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교만해 질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느님과의 귀중한 비밀을 잃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널리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닙니다. 어쩌면 그럼으로써 육체적 병은 고쳐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교만해지고 하느님과는 더 멀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안에서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부주의하게 드러내는 그런 사람들이 되지 않도록 결심합시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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