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ed with pity, he stretched out his hand,
touched the leper, and said to him,
“I do will it. Be made clean.”
(Mk.1.41)
제1독서 히브리 3,7-14
복음 마르 1,40-45
불치병에 걸린 부자가 있었습니다. 불치의 병으로 죽는다면 돈이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이 부자는 매일 절망 속에 빠져서 힘들게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이 부자의 집에 도둑이 들은 것입니다. 침입한 도둑은 주인을 협박합니다.
“조용해! 갖고 있는 현금 다 주면 목숨만은 살려준다.”
이 말에 부자가 어떻게 말했을까요? 그 부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야 이놈아, 의사도 살릴 수 없다는데 네가 어떻게 살린다는 거야? 살릴 수만 있다면 내 전 재산을 네게 주마.”
사람이 사람을 살릴 수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살릴 수도 또한 죽일 수도 없는 것입니다. 생명에 관한 부분은 하느님의 영역에만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들은 이 생명에 관한 부분을 인간의 영역에 들어있는 듯 한 착각 속에 있습니다.
전쟁을 통해 무고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지요. 또한 많은 생명이 이 세상에서 빛을 보지도 못하고 낙태되어 버려집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신 생명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습니까? 이 모든 것이 생명을 인간 스스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착각과 오만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선 이야기에서 도둑이 주인을 진정으로 살려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인간은 생명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없고 단지 주님만이 관장하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어떤 나병환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예수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면서 도움을 청하지요.
이 나병환자의 아픔을 생각해봅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나병이 걸리는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되지요. 심지어 고향과 가족에게서 쫓겨나게 됩니다. 지금도 혼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모든 사람들로부터 내쳐졌을 때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나병환자를 쫓아냈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러한 흉측한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이렇게 해도 된다면서 돌을 집어 던지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렇게 생명을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오십니다. 이 장면을 복음은 이렇게 표현하지요.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더럽다고 흉측하다고 만지지 않던 사람들, 나병환자를 향해서 돌을 던져 생명을 파괴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예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는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손을 직접 내밀어 만져 주십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서 사랑을 접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기에 사랑의 마음으로 손을 직접 대신다는 것이지요.
감히 하느님의 영역인 생명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도 이 사랑을 간직해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 모든 이가 주님 안에서 깨끗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원망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법이다.(앤드류 매튜스)
착각(박병두, ‘흔들려도, 당신은 꽃’ 중에서)
오래전에 시를 쓰는 선배에게 여자 한 분을 소개받은 적이 있다. 내가 노총각으로 혼자 사는 꼴을 더는 보기 싫으니 이 기회에 칙칙한 과거를 청산하자며 선배는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다.
그녀에 대한 선배의 칭찬이 자자했기에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마친 나는 맞선 장소인 커피숍에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소개받을 여자의 사진을 접하거나 얼굴을 직접 대한 적이 없었기에 어떤 분이 나올지 꽤 오랜 시간 상상을 펼쳤다.
입구에 누가 들어올 때마다 내 가슴은 쿵쾅거렸다. 잠시 후 수수한 옷차림의 여인이 조심스레 실내를 둘러보았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이미지와 흡사했다. 나는 그 여인 앞으로 걸어 나가 머리를 조아렸다. “혹시...” 긴장한 나는 말을 더듬으며 김 아무개 양이냐고 물었다. 여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계면쩍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소개를 주선한 선배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또 다른 여인이 들어왔다. 굉장한 멋쟁이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녀 앞으로 가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성은 김씨가 맞는데 이름은 그게 아니에요!”
약속 시간이 한 시간 반가량 지나는 동안 여러 여인이 들어왔지만 모두 내가 찾던 여인은 아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하지만 선배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약속은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 토요일이잖아! 이 얼빠진 녀석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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