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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이 완고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음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1 조회수603 추천수4 반대(0) 신고
 
 

마음이 완고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음 - 윤경재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마르 3,1-6)

 

  새해 벽두부터 엄청난 사고가 터져 온 국민이 부끄럽고 우울하며 열통 터지는 심정에 휩싸여 있습니다. 작년 초에 터진 국보 제1호 남대문 화재사건과 그 양상이 비슷해서 더 안타깝습니다.

  남대문 화재사건과 이번 진압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원인과 대책이 너무나 닮았습니다. 먼저 자신이 겪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하려는 심정이 똑같습니다. 그리고 사건을 대처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도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남대문에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TV를 켜보니 처음에 달려간 소방공무원들이 불길을 제압하는데 성공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지붕 밑에 남아 있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서 다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무슨 문화재 관리법 절차가 있다면서 지붕을 제때에 맞추어 뜯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화재진압은 촌각을 다투는 일인데 현장에 있던 하급 대원의 건의를 묵살했다고 합니다. 그놈의 절차가 무엇이 그렇게도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또, 책임관서 공무원은 어디에 있었던지 궁금했습니다. 미리 위험을 예상하고 위기대책 지침서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어제 새벽에 벌어진 농성진압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인의 분노가 실제 화재로 연결되었습니다. 신나라는 위험물질을 자신들이 다룰 수 있다는 오만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 공권력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생명을 지키는 안전보다 절차를 최우선으로 삼은 경찰의 판단이 이렇게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입니다. 농성이 벌어지자 대화로 설득하려는 시도보다 무조건 진압하고 보자는 무모함이 불러 일으켰습니다. 농성 시작 하루도 안 돼서 어떤 위험대책도 세우지 않고 덤벼든 것입니다.

  두 사건이 어쩌면 이리도 똑같은지요. 생명보다 절차를 더 우선시하는 완고한 마음이 빚은 대형 사고이었습니다. 분노를 참을 줄 모르고 무조건 터뜨리고 보자는 원한 맺힌 마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마음 역시 완고한 마음입니다. 두 완고함이 부딪쳐 화재의 불똥을 일으킨 것입니다. 화재는 언제나 두 물체의 마찰에서 비롯하니까요. 아무리 성냥과 성냥갑을 가까이 놓았더라도 부딪쳐 불꽃이 일지 않으면 불붙지 않습니다. 한쪽이라도 물러났다면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완고한 마음을 낱낱이 드러내 주셨습니다. 생명보다 율법을 지키는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우리는 절실히 깨달아야 합니다. 절차를 먼저 따지면 제때를 맞추지 못합니다. 어떤 경우는 늦고 어느 때는 지나치게 빠릅니다.

 복음서 곳곳에서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때’를 강조하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를 맞추는 통찰력은 예수님만이 지니신 특징입니다. 세상의 어느 경전도 예수님처럼 때를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생명이시며 사랑이신 주님만이 보여주실 능력입니다.

  이제 우리도 생명과 사랑을 무시하고 인간적 절차에 매달려 커다란 오류에 빠지는 어리석음에 다시는 빠지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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