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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05 조회수1,345 추천수2 반대(0) 신고

220805. 연중 18주간 금요일.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의 신원과 수난예고가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오늘 복음은 일종의 ‘제자모집광고’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오늘날 ‘성소자모집광고’를 이렇게 낸다면, 누가 따라 나설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나를 따르려면”으로 시작되는 것은 곧 어제 예고하신 수난의 길을 함께 가려는 자를 제자로 모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길은 “누구든지”라는 말 속에서 보듯이, ‘원하기면 하면 누구나’ 따라 나설 수가 있으니, 곧 그가 이방인이든 죄인이든 노예든 자유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병자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길입니다.   

 

이 말씀은 먼저 우리는 진정 예수님을 따르기를 원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는데, 곧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두 번째 조건인 ‘제 십자가를 지고’에 대해서만 보고자 합니다. ‘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단지 고통을 받아들여 짊어지는 것만은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죄인을 못 박는 사형도구이기에, ‘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곧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곧 죄를 지고 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허약함과 무력함을 품고 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다.’ 라는 말의 원어의 뜻이 ‘어머니가 애기를 가슴에 끓어 안다’ ‘가장 소중한 것을 가슴에 품다’라는 의미이기에, 십자가는 마지못해 억지로 떠맡아지는 것이 아니라, 흔연히 자발적으로 품는 것이요, 사랑으로 끓어 안는 것임을 말해 줍니다. 곧 자신의 죄와 허약함을 소중히 맞아들여 품고 사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십자가를 지셨는가?   

 

예수님께서는 그 본보기를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사실, 우리는 십자가를 만나며, 곧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 자신의 나약함이나 무능력을 만나면, 그것을 제거하고 해결하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결코 그 십자가를 제거하지도 해결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제거할 수 없으면 그것을 피하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결코 그것을 피하지 않으셨고, 우리는 십자가를 피해갈 수 없기에 참고 견디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결코 그것을 참고 견디지도 않으시고 기꺼이 하셨습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견디기 힘들어서 건너 띠거나 초월하고 싶어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결코 십자가를 건너 띠지도 초월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십자가와 타협하거나 무관심하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결코 그것과 타협하지도 무관심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흔연하게 품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랑을 이루셨습니다. 그것을 통하여 사랑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고통을 당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함께 사랑하고 고통 속에서 사랑하는 데에 있는 까닭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우리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있고, 우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바로 그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그러니,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비록 죄와 허약함과 고통 중에 있어도, 그것을 벗어나려 하기보다 바로 그 속에서 사랑하라고, 그 속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하십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마태 16,24)   

 

주님! 

제 자신을 따르지 않고, 당신을 따르게 하소서! 제 자신을 붙잡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붙잡고 가게 하소서! 아니, 당신께 붙들려 가게 하소서. 가고 싶은 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제시한 길을 가며, 당신을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뒤따르게 하소서! 무엇을 하든, 오직 당신을 따르게 하소서! 아멘.

 

(이 영근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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