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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06 조회수1,359 추천수2 반대(0) 신고

220806.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오늘은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오늘 비로소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하느님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비로소 제자들은 예수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이 축일의 의미를 오늘 <본기도>에서는 ‘하느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의 증언으로 신앙의 신비를 밝혀주시고, 저희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과 함께 공동상속자가 되게 하심’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과 함께 ‘공동상속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1독서>는 다니엘 예언자의 환시를 통해, 장차 벌어질 사람의 아들의 영광된 모습과 통치를 미리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 역시 장차 있을 예수님의 영광된 모습을 미리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수난을 앞두고 예루살렘으로 떠나기 직전에 세 제자와 함께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던 중에 변모를 이루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단지 예수님 변모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만이 아닙니다. 제자들에게도 영광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십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이는 단지 아들의 신원을 밝혀주신 것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그 영광된 변모의 길을 가르쳐주십니다. 곧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먼저, 그분 말씀의 면전에 머물러야 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내가 있을 곳은 말씀 면전에 머무는 일입니다. 곧 들려오는 말씀이 내 안에서 성취도록 말씀께 승복하는 일이요, 말씀께서 나를 맘껏 쪼물딱거릴 수 있도록 말씀께 자신을 허용하고 말씀을 수락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내 자신이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초막이 되어 드리는 일이요, 내 자신을 말씀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고 장소가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말씀에 순종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변모될 것입니다.   그런 변모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희망여행”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 책은 일본 작가가 리포트 형식으로 쓴 실화입니다. 사형수의 가족, 곧 살인자의 가족과 살인당한 사람의 가족, 그러니까 서로 원수관계에 있는 가족들이 1년에 2주 동안 함께 살인제도 폐지를 위한 여행을 하는데, 이 여행 이름이 바로 “희망여행”입니다. 그 내용 중에 하나만 소개 하면, 1986년 칠레의 혹독한 독제정권 아래서 살고 있었던 베로니카 르도리코에게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진 찍기를 참 좋아했는데, 졸업 후 그때 한창이던 시위 군중에 섞여 사진을 찍던 그는 비밀경찰에 의해 온몸에 휘발유가 부어지고 불에 타 죽게 됩니다. 아들을 잃은 베로니카 주변에 인권운동을 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들이 생겨나게 되고, 그녀는 그들을 찾아 나섰다가 자신마저도 비밀경찰에 붙잡혀 고문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석방되어 미국으로 망명하여 살고 있으며 그 후유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바로 그녀에게 리포터가 묻습니다.   

 

 “당신 아들을 그렇게 불에 태워 살인한 그들을 찾아 사형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을 고문하고 강간하고 수십 번 죽인 그들을 찾아서 사형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질문에 베로니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들을 찾아 사형시킨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오겠습니까? 그들이 죽는다고 해서 지금도 짓누르고 있는 그 남자들의 역겨운 악취가 사라지겠습니까? 저는 단지 그들이 회개하여 치유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은 참으로 고귀하구나. 저런 인간에게도 희망을 걸 수도 있구나. 이처럼, 인간은 희망을 걸 수 있기에 참으로 고귀하구나. 그러고 보니, 허물이 참으로 많기도 많은 나를 그럴 때마다, 우리 공동체 형제들이 또한 하느님께서 나에게서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구나! 그 바람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로구나! 그렇구나! 나는 형제들의 희망을 먹고 살아왔구나! 그러고 보니, 형제들이 너무도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그렇구나! 이제는 나도 바로 그렇게 형제들에게서 결코 희망을 거두지 말아야 하는 것이로구나! 그 형제가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행동하고 있어도, 결코 그에게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주님께서는 저에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용서하는 사람이 변모한 사람’입니다. 변모된 사람만이 원수와도 화해를 이룹니다. 그녀는 참으로 변모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맞으면서, 우리는 먼저 용서하고 화해하며, 희망을 놓지 않고 믿어주어야 할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하신 일, 곧 십자가에서 우리를 용서하신 일, 바로 그 일을 우리도 하며, 사랑 안에서 변모될 수 있는 은총을 이 미사 중에 청해야 하겠습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주님! 

말씀 아래에 머물게 하소서. 말씀께 제 자신을 건네 드리게 하소서. 말씀이 맘껏 쪼물딱거릴 수 있도록 제 자신을 허용하게 하시고, 말씀이 제 안에서 성취도록 승복하게 하소서. 제 자신이 말씀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게 하소서. 아멘  

 

(이 영근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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