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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같이 있게 하려고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8 조회수1,060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당 여자 화장실에 어느날 밤 남자 교우 한 분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멀리서 여자 교우 한 분이 지켜보고 있었다.
속으로 ‘아니 저럴 수가!’ 하고 있었다.
한 참 있더니 불이 켜지고 형제분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여자 화장실을 나왔다.
지켜보던 자매님이 동네 방네 소문을 퍼뜨렸다. 이상한 남자다, 변태다, 치한이다…
사실은 여자화장실에 전구가 고장나서 이 형제분이 전구를 갈아끼우고 나온 것이다.
딴에는 신경이 쓰여서 혹시 누가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조심스럽게 좌우를 살피며 나온 것이 더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이렇게 앞뒤 사정을 다 잘라버리고 어떤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실만 부각시키면 엉뚱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오늘 복음도 앞뒤 문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 복음 앞부분에는 예수님이 드디어 12제자를 선택하고 복음선포의 사명을 주신 장면이다.
그런데 수없이 많은 제자들을 두고 달랑 12명만 직제자로 선택하셨다.
그것도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었다.
12제자 외 다른 모든 사람들은 별 볼일 없어서 그리 한 것은 아닐 것이다.
12제자에게 특별한 사명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마태오복음은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
병자와 허약한 자들을 고쳐주기 위한 것,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마태오복음 보다 먼저 씌여진 마르코 복음에서는 이 두가지 목적보다 앞서서
당신 옆에 있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으로 나온다.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신 다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마르3,13-15)

사실 이것이 중요하다.
그분이 우리를 부르신 것은 우리를 그분과 같이 있게 하는 것이 첫째 목적이었다.
마태오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생략했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
예수님과 같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것을 알아보기 전에 질문 한 가지.

여행이나 나들이 혹은 성지순례 등을 갈 때 장소선정을 어떻게 하는가?
지도책 펴 놓고 눈 감고 손가락이 짚히는대로 결정하는가?
만일 북한지역이 짚히면어떻게 하나?
그냥 판문점으로 정하면 된다?
그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하지만 대체로 가본 사람의 말을 들어본다.
어디 어디 가보니 이런 저런 볼거리가 있고 이런 저런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는 정보를 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본 사람의 말을 들어도 마땅한 곳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그러면 가본 사람이 써 놓은 책을 들추어보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적당한 곳이라고 판단되는 곳으로 장소를 결정하게 된다.
대체로 그렇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들 가운데 천국에 가본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본당신부님이 천국이 정말 좋은 곳이라고 열변을 토하였다.
천국에 가면 아무리 먹어도 살 안찐다. 일년에 단 한 시간도 운동하지 않아도 날씬한 몸매가 유지된다.
화장품 그딴거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탱탱해진다.
살고 싶은 집도 마음대로 바꾸어가면서 살 수 있다.…등등…

신부님 말씀을 듣고 있던 꼬맹이가 미사후에 신부님께 달려가서 물었다.
“신부님, 천국에 가 보셨어요?”
신부님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
꼬맹이가 그것 보라는 듯이 말했다.
“에이, 신부님 거짓말쟁이, 한번도 천국에 가본적 없으면서 어떻게 천국이 어떤지 알 수 있어요!”
그러자 신부님이 꼬맹이한테 이렇게 물었다.
“너, 지금까지 천국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 한 번 본적 있니?”
꼬맹이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뇨!”
신부님이 그것 보라는 듯이 말했다.
“거 봐라! 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이면 천국갔다가 그곳이 싫다고 돌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겠니!”

그런데 딱 한 사람 천국에 갔다 온 사람이 있다!
누굴까?^^ 물론 예수님이시다.
그러니 천국, 즉 하늘나라에 대해 예수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
그 때문에 예수님 설교는 죄다 하늘나라에 관한 것이었다.
하늘나라는 겨자씨다. 누룩이다. 혼인잔치가 벌어진 곳이다.
어떤 임금이 땅을 도지로 주고 먼 여행을 떠난 것과 같다. 등등…

그런데 예수님은 이렇게 하늘나라에 대해서만 빠삭하게 아는 분이 아니다.
세상 사는 이치도 훤히 다 알고 계시다.
그래서 사람들이 묻는 어떤 질문도 막힘없이 시원하게 대답해주셨다.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옿으냐는 질문에 동전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동전의 초상과 글자가 누구 것이냐고 되물으신 다음, 사람들이 황제의 것이라고 하자
“황제의 것을 황제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게 돌려라”하고 명쾌한 답을 주셨다.
그리고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자는 어떻게 하면 좋냐고 묻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하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이 길을 가다가 눈먼 사람을 보고 도데체 누구 탓으로 저리 되었습니까,
자기 죄 탓입니까, 아니면 부모 탓입니까? 하고 제자들이 묻자 이렇게 대답하셨다.
“누구의 죄 탓도 아니다. 단지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이루기 위해서다”
하느님의 놀라운 일이 드러나는 곳,
그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하느님을 찬양하고 그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는 바로 우리들!
장애, 비장애 구분없이 다 함께 노래부르고 노래 못 부르면 불러주고,
못 불러도 멋진 악기, 화음으로 도와주고,
그래서 감동적인 미사를 지낼 수 있는 그런 곳이 바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예수님은 하늘나라와 세상 사는 이치,
이 모든 것을 그야말로 빠삭!하게 다 알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분을 두고 누굴 찾아가서 물어보겠는가!
요한 복음 6장에서 예수님이 사람들 앞에서
당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당신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없다고 말씀하시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미쳤다고 했다.
어떻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면서 저마다 예수님을 떠나 갔다.
그 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도 나를 떠나가겠느냐?
그러자 베드로가 말했다. “저희가 선생님을 두고 누굴 찾아가겠습니까?”

이렇게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기 때문에 그것을 알려주고, 가르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처럼 사는 것이 참으로 잘 사는 것이란 사실을 가르치기 위해
제자들이 늘 당신과 함께 있게 하려고 12제자를 특별히 뽑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처럼 자신있게 말씀하신다.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절대로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은 성령께서 일러주실 것이다.”

우리도 딴에는 어떤 어려움이 따른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늘 예수님께 정답을 얻고 해답을 구하고 위로를 얻고
용기와 평화 사랑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분과 함께 있는 생활을 연습하다 보면 때로는 이 모든 것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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